퇴사 설계사들에 보증보험 통한 '계약유지 실효 환수금' 요구 
설계사들 "갚을 의무 없다" VS 사측 "당연한 의무" 입장 팽팽
업계 "보증보험 이행 빌미로 잔여수수료 지급 청구 관행 개선돼야"

한화생명 보험대리점(GA)자회사형 피플라이프. [사진= 피플라이프 홈피 메인화면 캡처]
한화생명 보험대리점(GA)자회사형 피플라이프. [사진= 피플라이프 홈피 메인화면 캡처]

[중앙이코노미뉴스 문혜원] # 설계사 A씨는 피플라이프에서 퇴사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수수료 환수 관련 보증보험이란 이름으로 청구서가 날아왔다.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까지 돈을 내야 했다. A씨는 혹시 계약이 해지 됐는지 확인해 본 결과 연체 없이 잘 유지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 B씨도 퇴사한 지 몇 개월이 지나 수수료 환수 청구서를 받았다. B씨는 곧장 피플라이프 본사에 연락했고,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데 어떻게 환수금이 청구가 될 수 있냐고 따졌다. 회사에선 "단순히 퇴사해서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B씨가 "입사 시에 이러한 설명을 듣지도 못했고 위촉계약서에도 전혀 명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피플라이프 측은 "사업단장에게는 설명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피플라이프가 '보증보험' 가입 명목으로 퇴사 설계사에게 '계약유지수수료'를 받고 있어 논란이다. '정착지원금' 또는 '경력보증금'이란 명목으로 SGI서울보증보험을 통해 설계사들이 회사를 나가도 수수료를 받게끔 지급보증을 설정하는 것이다.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피플라이프는 퇴사한 설계사들을 상대로 성과수수료와 장기근속우대수수료 등 잔여 수수료를 계약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보증보험'을 통한 '구상권 청구' 방식으로 환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보험사는 설계사와 계약 체결 시 상품판매 대가로 1~3년간 수수료를 나눠서 지급하는데, 퇴직한 설계사에게는 계약이 유지될 시 보증보험 청구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피플라이프는 보험계약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이행보증보험'을 마치 보증보험 청구가 가능한 것처럼 여러 종류의 잔여환수금을 묶어 이메일과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는 설계사들의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퇴사한 설계사들 다수는 "장기근속 우대 수수료, 연간성과보너스 수수료까지 입금하고 나중에 갚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회사 측에 다시 돈을 돌려달라고 하니 회사는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애초에 회사가 이러한 내용을 입사 전후 구두 또는 계약서상으로 전혀 알리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피플라이프 측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계약 유지 환수금은 이행보증에 따라 당연한 의무'라고 설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통상 보험업계 내 수수료 환수 절차는 설계사의 퇴사 전과 후를 기점으로 방식이 다르다. 재직 시에는 회사가 환수금을 해당 설계사의 수수료에서 차감하고, 퇴사 시점에는 환수금이 있을 때 SGI서울보증을 이용한다. 이행보증보험으로 돈을 받고 보증보험사가 설계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구조다.

보증보험 청구는 퇴사 설계사가 모집한 계약이 미유지 상태인 경우에만 해당되는데, 피플라이프는 계약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퇴사한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환수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퇴사한 설계사들은 피플라이프가 이러한 이행보증을 미끼로 퇴사 이후에 주지 않아도 될 환수금을 청구하도록 해 고충을 겪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설계사 A씨는 "처음 입사 당시 회사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설명도 없이 서명만 받아놓고, 무조건 퇴사 후에는 보증보험에 사고 처리를 하고 있다"며 "결국 설계사들만 속수무책으로 계약유지 수수료를 토해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퇴사한 설계사 20명 정도가 뒤늦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했으며, 이러한 회사 규정에 대한 법률 자문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사측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까지 예고하며 회사에 보낼 내용증명 관련 자료를 준비 중이다.

피플라이프 측이 설계사에게 청구한 문서. [사진=제보자 제공]
피플라이프 측이 설계사에게 청구한 문서. [사진=제보자 제공]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법무법인 자문 내용을 보면, 담당 변호인은 "'연간성과보너스와 장기근속우대수수료의 발생 여부에 대한 정의는 모호하다"면서 "보험계약이 유지되는지를 기준으로 이행보증을 적용해 수당을 돌려받도록 하는 구조는 없다"고 명시했다. 즉, "퇴사한 설계사들이 환수금을 갚아야 할 의무는 없다"라는 것. 

보증보험 이행 구조 관련 이미지.
보증보험 이행 구조 관련 이미지.

반면, 피플라이프 측에서는 이들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피플라이프 관계자는 "설계사들에게 위촉계약서 보증보험 이행 목적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며 "일부 설계사들이 말하고 있는 '설명을 들은 적도 없고 사인을 한 적은 더더욱 없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와 당사에 소속된 설계사는 계약자유의 원칙(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위촉계약을 맺고 영업제규정을 따르게 되어 있으며, 이에 채권·채무 관계도 성립하게 된다"며 "따라서 지급받은 수수료에 대해 환수조건 성립 시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 설계사에게 환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무법인의 자문 내용에 대해서도 "자문의 내용을 오인 해석한 것"이라며 "'연간성과보너스와 장기근속우대수수료는 보증보험의 담보대상이 되지 않아 회사가 보증보험을 통해 설계사의 환수금을 보험금으로 지급받지 못한다'가 정확한 자문의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GA업계 내에서는 피플라이프의 사례가 과거 일부 GA사나 보험사들이 했던 수법으로 본다. 보증보험 이행 적용을 미끼로 잔여수수료 지급 청구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설계사 퇴사 후 계약 환수는 설계사가 갚지 않아도 되는데, 회사에서 교묘하게 알지도 못하는 자사 규정을 들어 '보증보험이행'을 미끼로 계약유지 환수금을 받게끔 갑질을 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GA사 관계자는 "퇴사한 설계사들 대부분은 '보증보험이행'이라는 말에 겁이 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말에 속아 잘 모르는 설계사들은 처음에는 회사가 요구대로 돈을 갚았다가, 나중에 부당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게 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이행보증'의 경우 회사가 이른바 '먹튀' 설계사들을 방지하겠다는 차원에서 마련한 제도인데, 이를 계약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퇴사한 설계사들에 돈을 갚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피플라이프에서 주장하는 환수 규정은 수당을 떼는 근거와 기준이 모호하다"면서 "특히 계약이 유지됨에도 나간 설계사들에게 보증보험을 청구하도록 하는 행위는 법률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계속 협박만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고, 이는 사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위촉계약서에도 관련 내용이 없고 위촉계약을 할 때도 들은 적이 없다는 해당 설계사들의 주장은 사실에 가깝다"며 "계약이 잘 유지되고 있음에도 보증보험을 통해 나간 설계사들을 압박하는 행위는 잘못됐다"고 꼬집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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