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관전용 PEF 첫 중징계 추진…검찰 수사도 진행 중
상환전환우선주 조건 변경 논란…국민연금 이익 침해 여부 쟁점
“영업정지보다 무서운 건 자금 이탈”…업계 긴장 고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고려아연,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롯데카드 CI) [그래픽=윤남웅 기자]](https://cdn.joongangenews.com/news/photo/202511/469165_271112_474.jpg)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하면서 사모펀드 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를 상대로 직무정지급 제재를 예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 경고 수준을 넘어선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MBK의 영업 활동은 물론 국내 연기금까지 연결된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태의 뿌리는 지난 3월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드러났다. 직전까지 홈플러스는 카드대금 채권 등을 기초로 한 단기사채(ABSTB)를 발행하며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었고 MBK는 이를 앞세워 회사의 재무 여건이 안정적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강등된 직후 기습적으로 회생을 신청하면서 금융당국은 사기적 부정거래 및 불건전 영업행위 가능성을 집중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기망’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홈플러스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특수목적법인을 세우고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국민연금으로부터 약 5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런데 올해 2월 MBK가 RCPS 상환권 주체를 투자자 측에서 홈플러스 측으로 넘기는 결정을 내렸고, 곧바로 회생 신청이 이어지면서 “국민연금 투자금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약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당국 또한 이 지점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문제 제기 이후 금융감독원은 관련 자료를 검찰에 이첩했고, 8월 취임한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 직후 MBK 관련 재조사를 지시하며 다시 한 번 고삐를 죄었다. 불과 석 달 만에 금감원이 MBK에 직무정지를 사전 통보한 건 그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직무정지’보다 더 무서운 건… 국민연금의 선택
업계에서는 이번 제재의 실질적인 핵심이 ‘직무정지’ 자체가 아닌 ‘그 다음’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대응 여부다.
현재 MBK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8조원대 6호 펀드를 막 조성해 본격적인 투자 집행을 시작한 단계다. 국민연금은 이미 이 펀드에 약 3000억원 규모의 출자를 약정했고, 공무원연금·방폐기금 등 다른 국내 연기금들도 일부 참여해 있다.
문제는 금감원 제재가 확정될 경우다. 국민연금은 공식적으로 “법령 위반으로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을 경우 위탁운용사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즉, 직무정지가 확정되면 국민연금이 MBK에 대한 신규 또는 추가 출자 중단, 더 나아가 기존 선정 취소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는 단순 ‘과태료’나 ‘기관주의’ 수준이 아니다”라며 “국민연금이 등을 돌리면 MBK의 펀드 운용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영업 정지보다 무서운 건 곧바로 시장의 신뢰 붕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게다가 MBK는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최근 롯데카드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로 신뢰 위기를 겪었고, 금융당국은 이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모회사 격인 MBK가 중징계까지 통보받은 상황이 겹치면서, 롯데카드 역시 ‘연쇄 타격’ 가능성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모럴해저드가 금융 소비자 피해로 직격된 첫 사례”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 MBK 제재와 롯데카드 심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안의 무게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도 있다.
‘회생법원·금감원·검찰·연기금’… MBK를 둘러싼 4중 포위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아직 법원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MBK는 세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법원에서는 회생타당성을, 검찰은 형사 책임을, 금융당국은 행정 제재를 각각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출자 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이처럼 제재·수사·회생·연기금 판단이 모두 겹치는 사례는 국내에서는 이례적이다.
MBK는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을 막고자 한 조치였으며 모든 LP 이익 보호를 위한 판단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노조·소비자단체는 “MBK가 홈플러스를 ‘키운 게 아니라 짜냈다’”며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 낙차가 극명하다.
결국 핵심은 금융당국이 이번 제재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 그리고 국민연금이 MBK를 계속 믿을 것인지 이 두 가지의 결합이, MBK의 향후를 가를 분수령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향후 제재심과 금융위원회 의결 결과가 MBK뿐 아니라, 국내 사모펀드 시장 전체를 가르는 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대규모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뒤늦게 드러난 만큼, 당국이 이번 사안을 사모펀드 전반의 ‘견제 장치’로 삼을지 주목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MBK 사안은 단순한 한 기업의 리스크가 아니라 사모펀드 구조 전체의 투명성 문제를 드러냈다”며 “이번 제재가 국내 PEF 시장의 디폴트 레퍼런스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규제 강도에 따라 자금 흐름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빠지면 해외 LP들도 동반 이탈할 수 있다”며 “이번 제재 수위에 따라 한국 사모펀드 시장은 ‘리스크 관리 시대’로 완전히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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