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란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 수급에 따라 주인장이 메뉴를 결정해 요리하여 내는 것으로 주는 대로 먹는 방식이며 주로 일본 음식의 오마카세가 유명하다. 노하우가 있는 조리장이 자기 이름을 걸고 오랜 시간 가업으로 이어지는 노포가 대표적이며 경험과 신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화된 장점을 이용하여 최근에는 원래 뜻과는 좀 거리가 있는 특수부위나 여러 종류가 포함된 특별한 요리로 일컬어져, 회·한우 오마카세에 아줌마 오마카세, 빵오마카세, 이제는 닭오마카세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식당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닭에 대한 사랑은 극진하다. 어렸을 때 몸보신한다고 인삼과 함께 삶은 삼계탕, 귀한 사위 오면 으레 내놓는 닭백숙, 바람난다고 닭 날개는 못 먹게 하던 어머니, 노래 잘 부르라고 목 부분을 발려먹던 모습들, 닭 꽁지 지방 덩어리를 먹어야 한 마리 먹었다고 하시던 외할머니, 호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에게 모이주머니와 염통, 닭발 볶음은 빠질 수 없는 안줏거리 등등...

이렇게 다양한 부위를 친절하게 한데 모아 일명 ‘닭오마카세’라 하여 새롭게 탄생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백숙, 삼계탕, 전기구이 통닭 시대를 거쳐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으로 변화하였고 포장마차가 줄면서 닭의 특수부위도 사라졌다가 요즈음 닭발, 염통, 모이주머니와 함께 닭꼬치도 다양하게 변하고 있어 옛 값싼 주전부리가 아니다.

나의 닭꼬치에 대한 추억은 염통 꼬치가 으뜸이었으며 그 당시 모이주머니는 꼬치에 끼우지 않고 그냥 굽거나 볶아서 요리하였다. 그저 술안주용으로 광화문, 광교, 청진동 피맛골에서 먹는 꼬치 한 줄로 소주 한 병을 마시던 그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그사이 닭꼬치는 허기질 때 혹은 술김에 하나씩 사 먹는 그런 종류가 아니라 한 상, 혹은 코스로 먹는 시대가 되었다. 여러 부위를 한데 모아 일본식 닭꼬치(야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집들이 생긴 것이다.(연희동의 야키토리 묵, 쿠이신보 등)

닭꼬치 푸드트럭
닭꼬치 푸드트럭
'압구정역 3번출구 푸드트럭'
'압구정역 3번출구 푸드트럭'

 

닭꼬치는 역시 길거리 푸드트럭(옛 포장마차)에서 어묵 국물과 같이 먹어야 제맛이다. 압구정역 근처의 리어카 닭꼬치는 유명하다. 지금은 대로변에서 영업을 못하고 뒷골목 압구정 cgv 앞에서 허가받은 푸드 트럭으로 ‘압구정 3번 출구 닭꼬치’라는 상호도 크게 붙어있는 전통의 꼬치집이다. 서서 먹는 줄이 끊임이 없고 남녀노소 모두 긴 꼬치를 하나씩 들고 있는 풍경은 대단하다. 특히 구울 때 피어나는 연기는 봄날의 편서풍처럼 솔솔 풍기는 냄새를 어찌할 도리가 없는지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 없이 바글바글하다. 터키(튀르키예)와 구 소련권 국가에서 즐겨먹는 고기꼬치구이 요리인 ‘샤슐릭’과 비슷하다.

한 입 크기의 한 토막은 육즙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어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대단하고 주인장의 손놀림이 예술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불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셰프의 정성으로 수백 개의 꼬치 맛이 항상 똑같은 것이 경이롭다. 종류도 소금·간장·고추장 꼬치가 있고 겹겹이 끼여있는 대파는 기름을 흡수하고, 불에 구운 대파의 달큼한 맛이 압권이다. 한입, 두입 먹는 중에 주인장이 가위로 꼬치 막대기를 ‘뚝’ 잘라주는 센스는 웃음을 자아낸다. 모든 손님이 반쯤 먹고 디밀면 자동(?)으로 잘라준다. 대로변 3번 출구에서 영업 중일 때는 아들이 귀가하면서 꼬치를 포장해와 즐겨먹던 시절이 있었다. 잠시 직장 다닐 시절 비닐봉지에 소금구이 꼬치를 은박지에 담아가지고 오는 아들이 있어 행복했던 그때는 이천 원이었는데... 지금은 나도 단골이 되어 오가며 인사를 나눈다. 푸드트럭인데도 주변이 항상 깨끗하여 기분이 좋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현금이나 카드를 내지 않고 주문 즉시 앞에 쓰여있는 계좌번호로 바로 이체하고는 그냥 먹고 간다...

'송계옥'
'송계옥'

 

서초동에 ‘송계옥’이 있다. 닭의 모든 부위를 정성스럽게 손질하여 부위별로 숯불에 구워주는 곳으로 방이동에 본점이 있다. 메뉴가 그때그때 바뀌지 않아 전통 오마카세는 아니지만 이것저것 특별한 맛을 내는 닭 전문점으로 나무 꽂이가 없는 싱싱한 닭꼬치 오마카세이다. 음식이 깔끔하고 종업원이 일일이 책임지고 구워주며 분위기도 좋아 항상 줄 서서 기다리는 식당이다.

모둠 한 접시에는 허벅지살, 안심, 염통, 근위(모이주머니), 연골, 목살 부위가 잘 손질되어 나온다. 이 모든 것이 숯불 위 석쇠에서 구이로 요리된다. 숯불과 종업원의 요리 집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자연스럽게 일순간 불멍(?)이 된다. 단백한 부위인 염통, 근위, 연골, 목살 부위를 먼저 굽는다. ‘근위’는 두툼한 부분이 있어 굽기가 쉽지 않으나 불 조절을 잘해서 아삭한 식감과 포장마차와는 달리 정제된 맛을 느낄 수 있다. 크기가 좀 작은 듯하여 섭섭하나 씹는 맛이 부드러워 좋으며, 항상 소금에만 찍어 먹었으나 알싸하고 달큼한 마늘소스의 알갱이와 같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연골’ 부위는 따뜻할 때의 한 점은 부드럽고, 식은 후에는 꼬들꼬들한 시감이 더욱 특별하며 산초간장과 곁들이니 달큼하고 향긋한 향이 풍미를 더한다. 연골을 손질하는 노력이 대단하다. ‘염통’은 특수부위의 대명사답게 육즙이 한 것 머금고 있고 쫄깃쫄깃한 식감이 최고다. 섬유 근육이 있는 부위라 구우면 크기가 반으로 줄어들어 조마조마(?) 하다. ‘목살’은 백숙 요리에서 뜯어먹는 재미로 먹었는데, 이렇게 풍성하게 뼈만 추려내어 통통(?)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이렇게 찰지고 쫀득한지 이제야 알았다. 지방이 있어 소금이나 유자고추소스에 어울리고 추가로 한 접시 더 먹는 별미 중의 별미이다,

‘허벅지살’은 다리 부위를 갈비처럼 뼈에 붙인 채로 넓적하게 손질하여 쫄깃한 닭 다리의 식감을 고스란히 숯불에 의존하여 호사스러운 음식으로 변화시킨 요리이다. 다른 부위와 달리 숯불 맛이 고스란히 배어있어서 음식의 질을 높였다. 맛의 변신은 ‘안심’구이에서 특별하다. 말캉한 속살의 씹히는 맛이 입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입에 착(?) 붙는다. 이 식감을 내려면 굽는 시간, 숯불의 세기가 정확해야 한다. 그냥 삶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안심은 속은 레어로 살리고 겉만 살짝 익혀내는 것이 관건으로, 조금만 덜 익혀도 살이 물컹거리고 더 구워버리면 퍽퍽한 식감만 남게 된다. 환상적인 부드러움이 씹을 필요가 없으며 제공되는 마요소스나 매실고추소스가 어울린다.

소스도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제공되며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강한 양념을 쓰지 않아 부위별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백김치는 치즈가루를 뿌려 고소함과 시원함이 공존하는 상쾌한 맛의 역할을 하여 여러 번 리필할 만큼 매력적인 느낌이 싱그럽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굵은 대파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 다이내믹한 인디아나존스 영화의 마지막 대 반전(?)처럼 닭구이의 파노라마가 끝난다...

그 옛날 닭꼬치 하나에 여러 명이 둘러앉아 젊음을 노래했던 시절처럼, 장모님의 고향인 충주에서 커다란 토종닭 백숙처럼, 아들이 퇴근 무렵 지하철역 푸드트럭에서 사 온 잘 구워진 꼬치처럼, 항상 즐거움을 주는 닭 요리가 이제는 ‘오마카세’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맛의 세계로 가는 즐거운 세상에 살고 있어 고맙다. 오픈런 이라 하여도 즐겁다...

글·사진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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