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엄현식]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이 불거졌다.
노관장 측은 지난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최태원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건넸고, 이 자금이 이후 선경(SK)그룹의 경영 활동에 사용되어 현재의 SK그룹이 이 돈을 종잣돈 삼아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재산 분할금으로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판결이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300억원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퇴임 후 활동비를 요청하면 지원해주겠다는 약속만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고 현재는 대법원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300억원이라는 비자금의 실체다.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에도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이다.
노 관장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300억원이라는 비자금 존재를 밝히면서 검찰이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고 있고 시민단체들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한 검찰은 자금 흐름을 추적하며 은닉 정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자금 은닉과 승계 과정 등 정확한 사실 관계를 규명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권력형 비자금 300억원으로 촉발된 1조원이 넘는 재산 분할금은 SK그룹의 지배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비자금 추정액은 약 1266억원. 5·18기념재단은 권력형 불법 자금이 후손에게 증여되는 악순환을 끊고 부정축재 재산 환수를 위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30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노태우 비자금 300억. 검찰이 정조준하면서 노씨 일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