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회장 “2.5조 지분 무상 소각해 M&A 지원...사재 1조 출연은 수용 못 해”
홈플러스 채무 2.9조·운영난에 새 주인 못 찾으면 ‘자가 회생 절차’도 검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그래픽=중앙이코노미뉴스]](https://cdn.joongangenews.com/news/photo/202506/427795_228225_2857.jpg)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최근 국회를 비공개로 방문해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와 관련한 정계의 '1조원 이상 사재 출연' 요청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대신 MBK가 보유한 홈플러스 보통주 2조5000억원 상당 전량을 무상 소각해 인수합병(M&A)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정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홈플러스 회생 절차 및 MBK의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1조원 이상의 사재 출연은 수용할 수 없다"며 "MBK가 보유한 홈플러스 지분 전량을 무상으로 포기해 새 인수자를 찾는 데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홈플러스의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회사를 청산하지 않고 채권자와 협의해 자체 회생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방침도 함께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는 현재 약 2조9000억원의 채무를 떠안고 있으며, 만성적인 영업 적자에 퇴직연금 미납과 채권 피해 보상 등의 부담까지 겹쳐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소 1조7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MBK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물으며 김병주 회장이 사재를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돼왔다. 하지만 이번 면담에서 김 회장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입장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업회생법상 회생 기업의 기존 주주는 대부분 지분을 무상으로 소각당하는 만큼 이미 가치가 없는 주식을 미리 포기한다고 해서 큰 희생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책임 회피성 생색내기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K 측은 김 회장이 이미 사재 400억원을 홈플러스 거래처 채무 변제를 위해 출연했으며 600억원 규모의 대출 지급 보증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MBK는 홈플러스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과 연체 이자도 부담하고 있어 김 회장과 MBK가 홈플러스에 대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은 총 3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최근 법원 조사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원칙적으로는 기업회생 절차를 더 진행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MBK와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 방식으로 새 인수자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인가 전 M&A는 기존 주주의 지분을 모두 소각한 뒤 신주를 발행해 새 인수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인수금은 전액 홈플러스에 유입돼 회생 재원으로 쓰이게 된다.
현재 인수 후보로는 네이버, GS그룹, 한화그룹 등 유통과 전자상거래 업종의 주요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영국 테스코로부터 약 7조2000억원에 인수했으며 이후 10년간 매각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오프라인 유통업 불황과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홈플러스는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대형마트 126곳과 슈퍼마켓(SSM) 308곳을 운영 중이며, 임직원 수는 약 1만9000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김병주 회장의 무상 소각 제안이 겉으로는 책임지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손실을 피한 상태에서 명분을 쌓으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며 "홈플러스 회생의 실질적 책임과 부담은 결국 새 인수자나 이해관계자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MBK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팅에서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1조원의 사재를 출연할 것인가라는 문의 또는 요구는 없었으며, 따라서 김병주 회장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도 없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