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 경쟁사 기술 '가로채기' 의혹 휩싸여
네이버 '패스트 팔로어' 전략 답습…'퍼스트 펭귄'으로 거듭나야

[중앙이코노미뉴스 정재혁] 최근 오프라인 결제 시장 진출을 선언한 네이버(네이버페이)가 경쟁사 기술을 가로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얼굴인식 결제 단말기 출시를 준비 중인 토스는 지난달 20일 서울남부지법에 단말기 제조업체 S사를 상대로 '계약 체결 및 이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토스는 지난 2월 얼굴 인식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이른바 '페이스페이(Face Pay)' 시장에 진출하며 관련 단말기 개발 및 공급을 확대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4월 S사와 지분투자 및 단말기 공급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Binding MOU)'를 체결했는데, S사측이 본계약 체결을 위한 실사를 거부하고 지난 5월 초엔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게 토스측 입장이다.
토스는 S사의 변심에 네이버페이의 개입이 있었음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번 S사 상대로 한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사실 네이버페이가 토스와 S사 사이를 갈라놓을 심산으로 개입을 했는지 여부는 현재로썬 분명치 않다.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관련 논란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니다보니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답변을 피했고, S사측도 토스와의 계약 해지에 대해 "네이버페이와 관련 없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히고 있다.
다만, 네이버의 그간 신사업 추진의 방식을 들여다보면 이번 사태를 단순히 특정사의 '마타도어'로만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실제 네이버는 '혁신 IT기업'이란 대외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으로 성공모델을 만들어 왔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를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은 핵심 콘텐츠인 '지식인'은 미국의 Q&A 플랫폼을 가져와 만들었다. '스마트스토어'는 기존 오픈마켓 모델을, 메신저 '라인'은 카카오톡을 따라했다.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도 마찬가지다.
기존 모델을 벤치마킹해 트래픽을 밀어 넣고 플랫폼 장악력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성공모델을 구축했다.
이에 네이버페이가 지난달 26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오프라인 결제 시장 진출을 선언하자, IT업계 내에선 "올 것이 왔다"며 "네이버가 또 다시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네이버페이는 간담회에서 연내 결제 단말기 출시를 예고하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라고 발표했지만, 주요 장점으로 내세운 △마케팅 도구 △모든 결제 수단 제공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쿠폰 제공 등은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게 업계 내 분석이다.
아울러 네이버 단말기를 통해 신용카드 대신 네이버페이 결제를 유도하게 될 공산이 크며, 이 경우 기존 결제서비스 업체나 카드사 매출은 줄고 네이버가 주도하는 페이 생태계가 고착화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IT 산업 발전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할 네이버가 도전적인 '퍼스트 펭귄' 전략이 아닌 보수적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만 몰두하고 있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가운데, 네이버가 IT업계 '맏형'으로서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전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 IT기업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