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장관 후보자 "법인세 인상 검토" 시사...세수 구멍 난다고 또 기업 탓인가
2022년 100조 법인세, ‘감세 효과’가 아니라 ‘초호황 효과’
“법인세 조금 깎아줬더니 세수가 100조에서 60조로 줄었다”는 식은 공감얻기 힘들다

중앙이코노미뉴스 김국헌 산업부국장
중앙이코노미뉴스 김국헌 산업부국장

[중앙이코노미뉴스 김국헌]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법인세 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17일 인사청문회에서 "세율 등 법인세를 원상회복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구 후보자는 "지난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세수 결손이 가장 컸던 게 법인세 인하"라는 박홍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법인세는 2022년 100조원에서 지난해 60조원으로 40% 빠진 상황"이라며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 발언에는 전제가 빠져 있다. 2022년 법인세가 100조원을 넘었던 것은 세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철강 슈퍼사이클, 반도체 호황, 정유·화학 업종의 역대급 마진이 맞물리며 과표가 치솟았고, 그에 따라 법인세도 급증했다. 반대로 2023년에는 고금리·고환율·글로벌 경기둔화가 기업 실적을 짓눌렀다. 

2024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반도체 업황은 회복 초기 단계에 머물렀고, 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에 시달렸다. 원자재 가격 불안, 고금리 지속, 미국 IRA와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대외 규제 리스크도 기업의 수익성을 잠식했다. 실제로 포스코, LG화학, 현대제철, 삼성SDI 등 주요 상장사 다수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 전환을 경험했고, 중소·중견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 수입이 회복되지 않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법인세 수입이 크게 감소했지만 법인세율 인하 이후 기업들의 투자 등은 활발하지 않았다는 게 여권 전반의 인식이라고 한다. 기업이 어려운데 어떻게 투자를 활발히 하는가? 이를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짓는 것은 곤란하다. 법인세율 소폭 인하는 산소통에 산소 조금 넣어준 정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가 실제로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한 사실도 없다. 2022년 세법개정안에서 정부는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낮추자고 제안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반대로 결국 24%로 1%포인트만 내려가는 데 그쳤다. 기업 전체 기준 실효세율 변화는 미미했다. 더욱이 이 24% 세율조차도 2023년 귀속분부터 적용됐기 때문에, 2023년 법인세 수입 급감의 원인을 세율 인하로 돌리는 것은 인과관계를 완전히 거꾸로 보는 것이다.

세수 결손의 원인을 ‘감세’에서만 찾는 건 편의적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 세수가 크게 빗나간 이유는 예측 실패, 경기 하락, 부동산 거래 절벽, 물가 상승에 따른 조세 저항 등 복합적이다. 정부가 ‘정확한 예측’보다 ‘정치적 책임 회피’에만 몰두할 경우, 다시 기업에 세부담을 씌우는 잘못된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법인세는 기업 투자의 바로미터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이 움츠러들수록 세율이 아닌 실적과 심리, 미래 전망이 투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지금 고금리, 고환율, 공급망 불안, 글로벌 규제 리스크로 이중삼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세율 인상이라는 부담까지 얹겠다는 건,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시하는 오래된 프레임에 갇혀 있는 사고다.

정부는 법인세 수입 감소의 원인을 솔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세율이 아니라 실적이 줄었고, 실적이 줄어든 이유는 시장과 경기 때문이다. 정치는 세금을 말하지만, 기업은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상회복’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기업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세율을 올린다고 세수가 자동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까지 더 큰 세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 팩트가 이런데도 대한민국의 살림을 꾸려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그 원인을 세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한국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되고 있다. 상법개정안으로 주주 권한이 강화되고,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자 권익이 강화될 것이다. 매달 기업인을 국회로 불러 세우고 영업기밀까지 요구할 수 있는 ‘국회증언법’도 향후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최대 60%에 이르는 상속세는 여전히 손볼 기미가 없고, 기업 승계를 가로막는 최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과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족한 세수를 메꾸겠다며 법인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기업을 더 죽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그 명분이 “법인세 조금 깎아줬더니 세수가 100조에서 60조로 줄었다”는 식의 비약이라면, 국민적 공감은커녕 냉소만 부를 뿐이다. 제발, 팩트를 보자. 차라리 “세수가 구멍 났으니 기업들에게 더 걷어야겠다”는 솔직한 고백이 그나마 설득력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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