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양대 공대 교수 곽계달 박사

반도체에 사용되는 주재료인 실리콘. 인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소재를 꼽는다면 실리콘은 단연 선두의 위치에 있다.
에너지 시대가 지나고 디지털 지식공유시대가 성숙됨에 따라 미래 AI가 지배할 디지털 휴머노이드 시대로의 진입이 예견되면서, 반도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반도체(semiconductor)란 이름 그대로 도체와 절연체의 중간 기능을 가진 실리콘 웨이퍼 기반의 물질이다. 여기에 의도된 불순물 재료로 가공하고 외부 자극에 의해서 전자와 정공의 흐름을 생성, 제어하도록 하여, 절연체(SiO₂) 기반 위에 도체(Al, Au)와 적절하게 설계 가공해서 구조적인 회로를 만드는 것이 반도체 칩의 기본 공정이다.
이는 마치 신도시를 계획할 때 도시 기능의 흐름을 계획하는 것처럼 특정한 목적을 위한 구조물을 세우는 것과 유사하다.
인류가 수 천 년 공들여 도시를 건설한 것처럼 백 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반도체미세공정을 만들기 위해 공들였던 자본과 노력은 ‘바벨탑’을 세우기 위해 들인 수고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인류 문명은 아시아에서 서구로, 또 서구에서 북아메리카로, 동진해 한국, 중국과 일본의 3축이 주축이 된 동북아 시대가 열리고 있다. 특히 동북아 시대를 여는 핵심 중 하나가 반도체 산업이다.
한때, 소품종 대량생산의 메모리 반도체 중심 시대에서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명실공히 세계 제 1위 반도체 강국으로 자리잡았지만, 모바일 폰과 AI시대, 다품종 소량생산의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시대에 들어서면서는 대만의 TSMC 독주시대를 열게 하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먼저 치고 나가는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반도체 시장의 특성상, 메모리 올인 전략으로 인해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놓친 삼성 반도체는 24년 4분기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12% 수준의 매출 규모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중국의 SMIC가 삼성의 2위 자리를 넘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특히, 삼성은 AI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인 HBM마저도 한순간의 정책 실기로 인해 SK하이닉스에게 메모리 왕좌의 자리조차 위협 받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미·중 기술 경제 전쟁을 내세운 트럼프의 반도체 100% 관세 정책이 현실화 되면서 그동안 TSMC로 대거 몰려갔던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최근 테슬라와 애플이 관세 리스크 없는 삼성전자의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서 AI6칩과 첨단 이미지 센서를 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그동안 TSMC에 의존했던 테슬러가 차세대 완전자율주행에 사용될 2나노 AI6칩을 TSMC가 아닌 삼성과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일론머스크는 지금 AI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하는 TSMC와 엔비디아의 강한 결속을 끊고 ▲테슬러 자동차 왕국의 세계 제패 ▲아메리칸 퍼스트를 주장하는 트럼프 정책 뒷받침 ▲텍사스 삼성 미국 공장을 세계 최고 제조 사업장으로 만들기 위한 비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삼성 텍사스 공장에서 테슬라 AI6 반도체 생산이 안정적 궤도에 오른다면 AI6 반도체가 보여줄 위력은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반도체의 위력을 넘어서서 향후 휴머노이드 시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여 삼성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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