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생명]
[사진=삼성생명]

[중앙이코노미뉴스 정재혁] 삼성생명의 회계처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심판' 역할을 담당해야 한국회계기준원이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특정 기업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회계기준원은 일반적인 시민단체가 아닌, 정부로부터 업무를 일부 위임받은 민간전문기구라는 점에서 사안에 대해 보다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회계기준원은 지난달 16일 '생명보험사의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 포럼을 개최했다. 제목만 보면 생명보험업계 전반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기업(삼성생명)을 타깃으로 한 포럼이었다.

포럼에선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과 관련해 유배당보험 가입자들의 몫인 '계약자지분조정'의 회계 처리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삼성생명의 지분법 회계 미적용의 적정성 등을 논의했다.

회계기준원이 특정 기업의 이슈로 포럼을 개최한 것부터가 이례적일뿐더러, 한 진보매체의 비판 기사가 나온 이후 급하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포럼의 의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예상대로 포럼은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중 계약자지분조정에 대한 '일탈회계'가 적절치 않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지 않는다는 약속 하에 유배당 가입자에게 지분해야 할 배당 몫을 계약자지분조정으로 빼서 관리 중인데,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그 약속이 깨졌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포럼은 지난 수 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른바 '삼성생명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총자산의 3% 이내로 보유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것은 삼성에 대한 '특혜'이며, 새 회계기준인 IFRS17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법 이슈는 이미 수 년간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사안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논쟁에 있어 회계기준원이 나서서 '군불 때기'를 하고 있는 점은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전면에 나서기보다 일부 시민단체를 앞세워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 회계처리와 관련해 논란이 커지자 지난 21일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13명 중 최소 8~10명이 삼성생명의 현 회계 방식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판 것은 삼성전자가 지난 2월 기업가치제고(밸류업)를 위해 약 3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발생한 법적 이슈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금융산업법상 한도인 10%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두 회사는 법 준수를 위해 삼성전자 지분 28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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