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그룹, 4월 라온저축은행 이어 10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추진
교보생명, 금융지주사 도약위해 SBI저축은행 M&A 나서
부동산PF 리스크 감소 및 M&A 제도 개선…업계 지형도 재편 가능성↑
![[사진=연합뉴스]](https://cdn.joongangenews.com/news/photo/202511/464440_266449_3233.jpg)
[중앙이코노미뉴스 김수현] 그간 지지부진했던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최근 업계 호실적과 M&A 관련 제도 개선 방침에 힘입어 저축은행 업계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부품·금속 전문 기업 KBI그룹은 라온저축은행에 이어 지난달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에 연달아 성공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제14차 정례회의에서 KBI그룹 자회사인 KBI국인산업이 라온저축은행의 주식 60%를 취득하는 것을 승인했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라온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기준 약 1220억원의 자산규모를 가진 소형 저축은행이다. 지난해 12월 부동산PF 정상화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자 금융당국에 의해 경영개선권고를 부과받은 뒤 시중에 매물로 나왔다.
이어 KBI그룹은 지난달 31일 상상인저축은행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두 번째 저축은행을 품에 안게 됐다. 지난 3월 건전성 악화로 적기시정조치를 받았던 상상인저축은행은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과의 합병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돌연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KBI그룹은 자동차부품, 강관, 건설, 부동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중견기업이다. KBI그룹이 대주주적격성 심사에 통과할 경우 2000년 갑을상호신용금고 매각 이후 약 25년 만에 다시 금융업에 진출하게 된다.
교보생명은 최근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금융지주사로의 도약을 천명했다.
교보생명은 올 4월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교보생명은 우선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 지분 30%를 3000억원에 인수한 뒤, 내년 10월까지 총 9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50%+1주를 단계적으로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교보생명은 실질적으로 SBI저축은행의 의결권 58.7%를 확보하게 된다.
SBI홀딩스는 2007년 교보생명 지분을 약 5% 취득한 뒤 교보생명과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SBI홀딩스는 교보생명 측에 섰다. SBI홀딩스는 어피너티가 지닌 지분을 인수해 교보생명 지분율을 9.3%까지 늘리며 신 회장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했다.
한동안 M&A 시장을 떠돌며 우리 경제의 불안요소로 작용했던 저축은행들이 하나둘 새 주인을 만나는 주된 이유는 올해 들어 업권 전반의 실적 증가와 재정건전성 향상이 꼽힌다.
이날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누적 순이익 2570억원으로 흑자 전환 성공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7.53%로 전년 동기 대비 0.99%포인트(p) 하락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9%p 떨어진 9.49%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부실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다소 해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상위 13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익스포저는 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20% 줄어들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M&A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더 많은 저축은행이 새로운 주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 5일 제19차 정례회의를 열고 향후 2년간 한시적으로 저축은행 M&A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우선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위해 부실 저축은행 기준을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최근 2년 이내 자산건전성 계량지표 4등급 이하' 등으로 확대했다.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의 대주주일 경우 정기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면제한다는 계획이다.
또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과 비수도권 지역에서 대출을 취급할 경우 영업구역 내 여신비율 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지방 저축은행 실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재도 개선 방침 이후 자산규모 5위권인 애큐온저축은행이 새 매물로 나오면서 업계 재편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유럽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는 보유 중이던 애큐온캐피탈 지분 96%를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지니고 있어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이 모두 매물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애큐온캐피탈의 별도 기준 총자산은 4조162억원, 당기순이익 243억원으로 집계됐다. 애큐온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5조2784억원, 순이익은 88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의 매각가액은 약 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