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실형 뒤집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 법원 “피해 현실화 안 돼”
5000쪽 출력·옷 속 반출 정황 인정... 타 기업·국외 유출 정황은 ‘없음’ 판단
업계 “유죄는 그대로... 국가핵심기술 유출은 산업 기반 뒤흔드는 중대 범죄”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영업비밀을 무단 출력·반출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40대 전 직원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19일 인천지법 형사항소4-2부(재판장 류호중)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바이오 전 직원 A씨(46)에게 1심의 징역 3년 실형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회봉사 200시간도 명령했다.


“국가핵심기술 포함된 5000쪽 넘는 자료”… 재판부 “비난 가능성 크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A씨의 행위 자체가 갖는 중대성을 짚었다.

류 판사는 “피고인이 2주간 출력해 외부로 가지고 나간 자료는 5000쪽이 넘으며 국가 핵심기술도 포함돼 있었다”며 “이는 회사의 경쟁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국가 산업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8년간 근무하며 영업비밀 보호 서약을 했음에도 신뢰 관계를 저버렸다”며 “회사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택한 배경에는 ‘피해 현실화 부재’가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출한 자료가 표준작업절차와 관련된 것이라며 ‘정말 다른 회사에 넘길 생각이었다면 더 중요한 서류를 챙겼을 것’이라는 진술이 전혀 신빙성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거지·휴대전화 압수수색에서도 타 기업·국외 유출 정황이나 이직 준비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문서를 찢어 쓰레기장에 버렸다고 주장하는데, 제3자에게 자료가 넘어가 피해가 현실화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선고 후 A씨를 향해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출력·반출 정황에 1심은 실형 선고...업계 “국가핵심기술 유출은 산업 기반 흔드는 범죄”


A씨는 2022년 12월 3∼11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삼성바이오 본사에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시설 표준작업지침서(SOP)’ 등 영업비밀 파일 174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내부 전산시스템에서 파일을 출력한 뒤 옷 속에 숨겨 외부로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13일에는 A4용지 300여 장 분량의 영업비밀 37건을 추가 반출하려다 보안요원에게 적발돼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문서에는 IT SOP, 다국가 규제기관 가이드라인 분석 자료 등 국가 핵심기술 2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유출 자료 양이 상당하고 생명공학 분야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판결 직후 업계에서는 우려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법부의 유죄 판단은 달라진 게 없다”며 “국가핵심기술 등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면 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경쟁 질서가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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