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의사 반영해야… 점진적·단계적 통일 추진”
북미대화 촉진 의지 피력… NPT 준수·확장억제 강화도 언급
시노프 원전·방산·인프라 대형 프로젝트 협력 확대 구상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에 도착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https://cdn.joongangenews.com/news/photo/202511/468171_270169_1056.jpg)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통일에 대한 정부의 방향성을 재확인하며 “통일은 여전히 우리의 최종 목표이자 헌법에 명시된 책무”라고 밝혔다.
다만 “일방적인 방식의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다”며 점진적·단계적 접근을 강조했다. 튀르키예 국빈방문을 앞두고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밝힌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전체 구성원의 민주적 의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평화로운 공존과 상호 발전을 통해 통일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며 “통일을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할 국가적 과제로 보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터뷰는 최근 정부의 ‘흡수통일 불가’ 원칙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북측의 체제를 존중한다”는 메시지와 맥을 같이한다는 평가다.
“대화 재개 최우선”… 북미 대화 촉진 의지도 강조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한반도에서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를 다시 소개했다. 남북 관계 정상화, 교류 확대, 비핵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남북 대화 채널이 모두 단절된 상황을 언급하며 “신뢰가 훼손된 상태에서 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채널이든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공조에 대해서는 “평화를 위한 필수 동반자인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평화 중재자’ 역할을 요청했고 자신은 ‘평화 촉진자’로 북미 대화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NPT 준수 확고… 자체 핵무기 개발 계획 없다”
인터뷰 과정에서 ‘한국의 독자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미국 방문 당시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자체 핵 개발 의지가 없음을 다시 확언한 셈이다.
다만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상황은 엄중하게 평가하며 “한미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중 관계 방향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이웃국가인 중국과의 관계 또한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한국 최대 교역국이자 필수 공급망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며 “수평적 산업 협력과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동북아에서 군비 경쟁이 격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해 긴장 완화와 공동 번영을 이끌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튀르키예와 원전·방산·인프라 협력 의지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와의 협력 확대 방향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우선 “한국 기업의 튀르키예 시놉 원전 프로젝트 참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 원전 기술과 운영 능력이 튀르키예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지난 20년간 UAE 바라카 원전 등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언급하며 “정해진 기간과 예산 안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방산 협력에 대해서는 “튀르키예는 무인기 분야 선도국, 한국은 전차·자주포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양국 간 상호 보완적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건설·인프라 영역에서도 한국 기술력과 튀르키예의 시장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우크라이나·시리아 재건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튀르키예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싸운 형제 국가”라고 규정하며 “에너지, 바이오·헬스,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