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국적표기제가 드러낸 ‘가짜 한국인’ 정체...중국발 여론조작 현실화
네이버·다음·커뮤니티도 국적표기 도입해야 외국계 댓글부대, 내정간섭 차단 가능
[중앙이코노미뉴스 김국헌] 트위터에서 X로 이름을 바꾼 뒤 일론 머스크는 플랫폼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국적 표기 기능을 도입했다. 그동안 SNS 이용자는 글 작성자의 국적이나 접속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국적 표시가 열리자마자, 한국 네티즌들은 예상은 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한국어로 한국 정치 이슈에 매일같이 관여하던 계정 상당수가 중국에서 접속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공개된 사례는 적지 않다. 2019년 개설된 ‘군주민수’라는 계정은 7년간 6만 5천개 넘는 게시글을 올렸다. 하루 평균 26개, 그것도 대부분 한국 정치 관련 글이다. 자연인이라면 사실상 불가능한 활동량이다. 그런데 이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표기됐다. 중국 출장을 다녀오는 한국인이 하루 26개씩, 7년 내내 한국 정치 글을 올릴 리는 만무하다. 누가 봐도 ‘목적을 가진 활동’에 가깝다.

문제는 이 계정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X에서 국적 표기 기능이 도입되자, 그동안 한국 네티즌을 자처하며 여야 정치 이슈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던 계정들의 상당수가 중국 접속으로 드러났다. 접속지가 중국으로 공개되자 순식간에 ‘동아시아’로 표기를 바꾼 사례도 여럿 포착됐다. 숨기려는 사람은 이유가 있다. 한국인인 척하며 특정 여론을 만들어내던 계정들이 조직적으로 존재한다는 정황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다. 중국은 정보전·여론전·해외 여론 영향력 확대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수행해 왔다. 정부 비판 계정이나 반대 세력을 공격하는 방식, 우호적 스토리를 퍼뜨리는 방식 모두 이미 전 세계에서 확인된 패턴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중국발 ‘가짜 계정’, 여론 조작 계정들이 수차례 적발됐다. 한국만 예외일 이유는 없다.
한국 정치 이슈는 특히 민감하다. 특정 정당은 무조건 옳고, 다른 정당은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패턴의 글이 반복적으로, 대량으로 작성된다면 이는 여론 조작의 대표적 형태다. 한국어로 쓰였다고 해서 한국인의 의견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X 국적 표기제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는 ‘한국 정치에 대한 중국의 사실상 내정간섭’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여론은 소수 계정만으로도 왜곡될 수 있다. 정치적 지지세를 넓히려는 목적이든, 한국의 갈등을 증폭하려는 의도든, 해외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이제 더 이상 눈을 감으면 안 된다. 최소한 사실을 확인하고, 악성 영향력을 차단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이제는 네이버·다음 같은 국내 포털과 여러 대형 커뮤니티 댓글에도 국적 표기제를 도입해야 한다. 여러 제보에 따르면 네이버, 다음, 커뮤니티에도 같은 내용을 여러 채널들을 돌아다니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정상적인 한국인인지, 중국 댓글부대인지 국민들이 판단하기 위해서 국적이 표시되어야 한다. 이미 국민의힘은 댓글 국적 표기법을 발의한 상태다.
과거 인터넷 실명제 도입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악성 댓글, 욕설은 눈에 띄게 줄었고, 온라인 공론장의 질은 개선됐다. 지금은 그 이상이 필요하다. 한국의 정치·사회 이슈를 다루는 공간에서 최소한 글 작성자의 국적은 표시되어야 한다. 한국인이 한국 사이트에 댓글을 달면서 국적이 한국으로 표시되는 것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불편할 것도 없다.
오히려 이를 반대하는 쪽이 누구인지가 더 궁금해진다. 한국인이라면, 한국 정치 이슈에 외국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막자는 데 반대할 명분이 없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피해를 보는 한국인이 누구란 말인가.
댓글 국적 표기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가 아니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다. 여론 조작과 정보전이 국경을 지우고 있는 시대에, 국적 표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X에서 국적 표기 기능이 도입된 단 하루 만에 드러난 현실이 이것을 증명한다.
한국의 온라인 공론장은 더 이상 안일한 시대가 아니다. 여론 조작의 흔적이 명확히 보이고, 그 출처가 해외로 드러나는 순간에도 아무 조치 없이 방치할 이유는 없다. 국회와 정부는 즉각적으로 국적 표기제를 통과시켜라. 더 늦기 전에,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