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의과대학 기초-임상 연구팀, 녹조의 위험으로부터 건강 지킬 ‘노출허용량’ 제시
[중앙이코노미뉴스 한상현] 경희대학교(총장 김진상)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 연구팀은 임상연구팀(김진배, 최천웅, 이문형 교수)과 함께 최근 급증하고 있는 녹조에 함유된 ‘마이크로시스틴’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실험동물과 3D 인공 비강 모델을 이용해 마이크로시스틴의 ‘전수생존농도’와 ‘인체무영향농도’를 제시하고, 녹조의 위험으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노출허용량’을 도출했다.
지구온난화로 부각된 녹조 문제, 한국서는 낙동강 주변 지역 주민 건강 위협의 중요 이슈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조류의 증식이 빨라지며 녹조 문제가 전 세계적인 환경 이슈 중 하나로 부각하고 있다. 녹조 문제는 남조류 증식으로 나타나는 대표적 수질오염 현상이다. 특히 남조류에 함유된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강가나 바닷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관심도 늘었다. 한국에서는 낙동강 주변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 이슈 중 하나가 됐다.
기존 연구는 주로 오염된 식수 섭취를 통한 독성 연구가 이뤄져 식수에 대한 안전 기준이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녹조가 발생할 때 물안개, 미세 물방울 형태의 에어로졸이나 미세먼지를 통해 이 독소가 공기 중으로 퍼지며 사람의 호흡기(코, 폐)를 통해 체내로 흡입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흡입에 대한 정확한 독성 수준과 인체 안전 기준이 없어 녹조 발생 지역 주민의 건강 보호를 위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절실했다.
흡입 경로 확인 및 급성/반복 독성 실험 시행
경희대 연구팀은 실험동물과 3D 인공 비강 모델을 이용해 마이크로시스틴의 전수생존농도 및 인체무영향농도를 제시했다. 연구팀이 가장 먼저 마이크로시스틴을 함유한 에어로졸의 크기를 점검했다. 에어로졸의 대부분은 호흡기를 통해 유입이 가능한 약 5㎛(마이크로미터) 이하였다. 연구팀은 계속해서 인체의 코 내부와 유사하게 조성한 3D 인공 기도 상피 모델을 이용해 흡입된 마이크로시스틴이 비강 상피를 통과하는가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은 노출 후 3시간에서 점액 분비를 증가했고, 비강 상피로 침투하였다. 연구팀은 마이크로시스틴이 비강 상피를 통과해 타 조직으로 이동(Translocation)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팀은 급성독성값을 확인하기위해 마이크로시스틴을 수컷 마우스의 비강을 통해 ㎏ 당 30, 150, 300마이크로그램(㎍/㎏) 용량으로 1회 투여했다. 그 결과 150마이크로그램과 300마이크로그램에 노출된 그룹에서 사망 동물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이 호흡기를 통해 단회 노출됐을 때의 전수생존농도를 ㎏ 당 150마이크로그램 이하로 결정했다. 이 수치는 해외 연구자들이 연구해 제시한 농도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반복 노출, 사망·사망 직전 모든 실험동물에 간울혈 관찰
연구팀은 계속해서 반복 노출 시 안전한 농도를 제시하기 위해 수컷과 암컷 마우스에 ㎏ 당 10, 50, 100마이크로그램의 용량을 비강으로 주 1회씩 총 4회 투여했다. 그 결과, 100마이크로그램을 두 번째 투여한 후 약 2시간에서 사망 동물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암컷은 수컷보다 마이크로시스틴에 더 민감한 경향을 보였다. 예상과는 달리 폐 조직 내 병변은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사망하거나 사망 직전인 모든 실험동물에게서 간울혈이 관찰됐다.
간에서 주로 생산되는 급성 염증 마커인 C-reactive Protein의 농도가 폐 내에서도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간 독성 관련 혈액생화학적 지표도 뚜렷하게 증가했다. 10마이크로그램의 용량에서도 단핵구의 신장 침윤이 유의미하게 관찰됐고, 최고 용량이었던 100마이크로그램에 노출된 마우스의 간 조직에서는 괴사성 세포 손상과 라멜라 바디(Lamellar body) 유사 구조, 지방 방울(lipid droplet), 콜라겐 섬유 등이 관찰됐다.
라멜라 바디는 특정 상황에서 세포가 손상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비정상적으로 축적된다. 간 조직에서 이러한 유사 구조가 발견된 것은 마이크로시스틴에 의해 간세포의 내부 구조, 특히 지질 대사나 세포 내 물질 수송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의미한다.
흡입된 마이크로시스틴 1주일간 간에 잔류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마이크로시스틴 흡입과 간울혈로 인한 실험동물의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100마이크로그램의 마이크로시스틴을 1회 및 2회 투여한 후 간 조직 내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은 2차 투여 후 2시간에서 적출한 간 조직에서 뚜렷하게 증가했고, 1차 투여한 마이크로시스틴은 투여 후 1주일까지 간에 잔류했다.
연구팀은 이들 간조직 내에서 변화된 유전자를 마이크로어레이기법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세포가 스트레스나 손상에 반응할 때 활성화되는 핵심 조절 유전자인 ‘activating transcription factor 3’와 ‘neclear receptor subfamily 4’의 발현은 2차 노출 후 2시간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반면, 간 세포의 정상 기능 유지에 기여하는 microRNA 122의 발현은 급격히 감소했다. 1차 노출 후 1주일에서 회수된 간조직에서는 deiodinase 1, cytochrome P450, solute carrier 등 간과 신장에서 독성 물질을 처리하고 대사를 조절하는 데 필수적인 효소와 운반체의 발현이 증가했다.
박은정 교수, “국민 고통 재현하지 않도록 기후온난화로 증가할 수 있는 환경 유해 인자 관리 필요”
연구팀은, 마이크로시스틴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된 후 1주일까지 간 조직에서 잔류하고, 식품이나 음용수를 통해 인체에 유입된 마이크로시스틴 또한 간에 축적된다는 점을 고려해 마이크로시스틴의 인체 노출 총 허용량을 모든 노출 경로를 포함해 10마이크로그램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은정 교수 연구팀은 지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분무소독의 위험성과 함께 호흡기를 통해 노출될 수 있는 생활화학제품의 안전한 사용방법을 강조한 바 있다. 박은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같은 예상치 못한 국민의 고통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 기후온난화에 의해 증가할 수 있는 환경 중 유해 인자에 대한 관리가 보다 철저히 준비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