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모니·인듐·귀금속 호조가 고려아연 성장 견인, 영풍은 아연괴 편중에 발목
영풍, 석포제련소 조업정지로 생산량 40% 급감…적자 3배 확대
선제적 투자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여부가 두 회사 실적 격차 갈라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그래픽=중앙이코노미뉴스]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그래픽=중앙이코노미뉴스]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상반기 실적 공시를 통해 드러난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 성적표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고려아연은 전략광물과 귀금속 호조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증가했지만, 영풍은 환경오염 리스크와 아연 편중 구조의 한계로 실적이 추락했다. 더욱이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라, 두 회사의 상반된 행보가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고려아연은 안티모니, 인듐 등 전략광물과 금·은 등 귀금속 판매 호조가 뒷받침되면서 전년동기 대비 실적이 대폭 증가했다. 반면 영풍의 실적은 크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환경 법규 위반에 따른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타격, 특정 품목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한계 등을 배경으로 지적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이 7조6,582억원으로 전년동기 5조4,335억원 대비 40.9%(2조2,246억원) 증가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영풍의 상반기 매출 1조1,717억원 대비 약 6.5배 규모다. 별도기준 격차는 더욱 현격하다. 고려아연 매출은 4조8,500억원으로 3,860억원을 기록한 영풍의 12배가 넘는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차이가 현격하다. 상반기 영업이익의 경우 고려아연은 연결기준 5,300억원을 시현하며 102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32억원 대비 16.9%(767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별도기준으로는 4,480억원에서 5,392억원으로 20.3%(912억원) 늘었다.

반면 영풍은 2023년부터 3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겪고 있다. 영풍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5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 431억원과 비교해 적자 규모가 3배 이상 불어났다. 별도기준 영업손실도 1,434억원으로 전년동기 -6억원 대비 적자가 245배가량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실적 격차가 벌어진 배경으로 선제적 시장예측과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사업역량 및 경영능력의 차이를 거론한다. 고려아연 최 씨와 영풍 장 씨, 두 가문의 경영철학과 방향 등 근본적인 차이에 더해 3세 들어 시장변화와 사업환경 등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노력과 투자에 있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고려아연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연·연·동 통합공정’을 구축하고 아연 및 연 정광에 포함된 극미량의 희소금속 10여종을 추출하는 능력을 확보했다. 회수율을 품목별로 20~30%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기술 혁신을 추구하면서 수익성 향상을 견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 전략광물인 안티모니 판매량은 2,26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41톤보다 29.9%(520톤) 증가했고 판매액은 306억원에서 1,614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안티모니는 난연성이 우수해 탄약, 미사일 등 방위산업의 핵심소재로 활용된다.

귀금속 실적도 준수하다. 은 판매량은 작년 1~6월 997톤에서 올 상반기 1,035톤으로 3.8%(38톤) 늘고 판매액은 1조869억원에서 1조5,193억원으로 39.8%(4,324억원) 증가했다. 금 또한 상반기 판매액이 3,270억원에서 7,732억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아연, 연 등 기초금속부터 전략광물, 귀금속까지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는 고려아연과 달리 영풍의 포트폴리오는 특정 품목에 과도하게 편중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 상반기 영풍의 별도기준 매출 3,860억원 가운데 아연괴 판매로 발생한 매출이 82.8%(3,196억원)를 차지한다. 아연 가격 약세, 제련수수료(TC) 하락 등 본업 악재에 따른 실적 위축을 상쇄하지 못한 요인으로 꼽힌다.

석포제련소가 폐수 유출과 무허가 배관 설치 등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올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점도 영풍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아연괴 생산량이 지난해 상반기 11만6,799톤에서 올해 같은 기간 6만9,880톤으로 40.2%(4만6,919톤) 줄어든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1~6월 석포제련소의 평균 가동률은 34.9%로 전년동기 58.4% 대비 23.5%포인트(p) 급락했고 5년 전인 2020년 상반기 84.2%와 비교하면 49.3%p 떨어졌다.

저작권자 © 중앙이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