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영진 간담회 진행
'노사관계 리스크' 선제적 조치 언급
콜센터 직원 업무 완화 관련 대응 당부도

KB국민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심사 과정에서 노사관계 대립 사항을 반드시 체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들을 분별해 여신심사에 적용한다는 뜻이다. [사진=연합뉴스]
KB국민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심사 과정에서 노사관계 대립 사항을 반드시 체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들을 분별해 여신심사에 적용한다는 뜻이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이코노미뉴스 문혜원] KB국민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심사 과정에서 노사관계를 들여다 볼 계획이다.

노조가 있는 기업들의 노사 간 상생 관계를 파악해 경영상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해, 대출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노란봉투법 제정 및 중대재해 근절 대책의 하나로 금융제재 방안을 구체화하면서, 기업 대출 시 대한 노사분규 사항을 반드시 대비하겠다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타 은행보다 가장 먼저 기업대출 부문에서 노사분규 사항을 심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직무 관련 운영사항과 전략적 수립에 대한 것은 경영지원그룹과 Biz그룹에서 관할토록 지정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시 노사관계를 체크해 대출 심사에 적용토록 했다. 통상 은행은 기업대출심사 내규에 내부 재무적(대표이사 이력 사항 등) 요인과 외부 비재무적(영업의 현실, 노사관계 등) 요인으로 나눠 평가한다. 그런데 비 재무평가에 있는 기업의 노조리스크 여부 등에 대해선 그동안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기업 대출 실행 시 노조리스크를 체크함으로써 경영상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대출도 까다롭게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노조와의 상생 관련 ESG 경영이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 경영진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 제정, 시행에 따른 '노사관계 리스크'에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이에 따라 콜센터 대응방안은 경영지원그룹에서 총괄한다. 또 Biz담당그룹에서는 해당 관련 이슈, 운영 상황 등에 대한 점검을 한다는 방침이다. 

한 KB국민은행 직원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대출 등 모든 대출에 대한 심사는 영업점에서 평가를 해왔는데, 노란봉투법 제정 이후에는 심사지침이 까다로워져 각 지점에서 하던 것을 공동으로 대출센터에 올리도록 한 것"이라며 "특히, 기업대출 심사시 노사관계 판단사항 평가는 유명무실했는데, 앞으로는 경영적 리스크 판단여부도 추가돼 심사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번 KB국민은행의 선제적 조치는 타 은행권에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일부 타 은행들도 KB국민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업대출 심사 때 노사분규 문제를 핵심 심사 포인트로 지정한 데에 영향을 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KB국민은행은 콜센터를 통해 대출 원금 또는 약정이자를 고객 요청에 따라 상환(출금) 처리하는 '대출상환' 업무도 지난 7월 중순 이후 중단한 상태다. 이는 대출상환 업무를 맡아왔던 콜센터 직무를 완화해주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기타 콜센터는 고객 상담 애로사항들을 접수받고 기존대로 업무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은 노란봉투법에 맞춰 콜센터 및 하청·용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무진단을 진행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으로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중대재해 근절 대책 등에 따라 업무에 반영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최근 '9.7 부동산 대책'도 나오면서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해 금융기관들이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보태져, 여러 불안정한 경기 속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막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중대재해 공시 의무화 관련 정책금융 부문에서 선제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금융위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신규 대출을 제한하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에도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노란봉투법이란 기업들의 노조가 원청 기업과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파업 등 쟁위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국회에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경영계에선 법안 내용이 모호해 산업현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은행들의 경우에는 콜센터 직무는 아웃소싱 소속업체 등을 통해 인력을 고용해온 상태인데, 비정규직·외주 인력 운용 방식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들 콜센터 상담사를 직고용해야 한다는 지적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그 여파로 은행권의 콜센터 직무 대응이 시급해졌다. 

박홍배 의원이 은행들로부터 외주현황 자료를 파악한 결과, 은행들 대부분 콜센터 직무는 외주를 두고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은행(945명), 카카오뱅크(918명), 토스뱅크(147명), 경남은행(81명), 수협은행(80명), 케이뱅크(71명), 전북은행(65명) 등 7개 은행 콜센터 직원 총 2307명 전원이 위탁고용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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