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 김수현 기자
김수현 기자

[중앙이코노미뉴스 김수현]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위원장이 지난 26일 총파업을 끝낸 후 은행회관 앞에서 무기한 철야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단식 철회의 조건은 총파업 명분과 같은 주 4.5일제 실시와 임금 인상 및 신규채용 확대 등이다. 이 중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은 주 4.5일제다. 

일각에서는 조합원은 물론 대중적인 호소력 약한 명분과 부실한 투쟁 전략을 감안해 이번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영국, 아이슬란드,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에서 주 4.5일제를 실험한 결과, 생산성은 유지되고 노동자의 스트레스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과 다른 산업 구조를 가진 국가와의 정교한 비교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슬란드는 어업과 금융업이 발달했고, 스페인의 경우 전체 경제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70% 차지한다. 영국 역시 제조업 비중이 낮다는 점에서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한국과 같은 제조업 및 수출 중심 국가에서는 주 4.5일제에 대한 본격적인 실험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각 국가별 경제 구조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부 실험을 보고 주 4.5일제를 마냥 긍정하는 하는 것은 ‘장미빛 전망’에 불과할 수 있다.

또 이번 총파업에서 봤듯이 주 4.5일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확신 역시 충분치 않은 상태다. 당장 금융업 관계자들 상당수는 이번 파업에 대해 “주 4.5일제를 하면 좋지만, 굳이 당장 할 필요 있나?”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파업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10만여 명의 금융노조 조합원 중 약 2만 2000여 명만 이번 파업에 참여했다. 특히 시중은행의 참여가 현저히 낮아 현장 분위기는 다소 냉랭했다.

최근 주 4.5일제를 찬성하는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나 나오고 있지만, 정책적 추진력을 형성할 적극적 찬성자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직접 수혜자인 조합원이 호응하지 않은 정책에 대해 일반 국민들 역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단식을 추진한 시점 역시 전략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단식을 시작한 지난달 26일의 1주일 뒤인 오는 5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각 직장에 따라 10일까지 연휴를 보낼 수 있어 김 위원장의 단식이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이후 진행될 국정감사 역시 김 위원장의 결단에 대한 주목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김 위원장의 단식은 각 은행들의 조건 수용이 아닌 노동계 원로 혹은 여당 정치인들이 농성장을 찾아와 그를 말리는 모습으로 마무리될지도 모른다. 

이재명 정부는 ‘생산적 금융’과 소비자 보호 강화에 금융정책의 방점을 찍었다. 특히 최근 빈번해진 금융권 해킹 사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지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주 4.5일제에 진심이라면 아직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지 않은 의제에 노조의 역량을 쏟기 보다는 국민들의 관심이 모이는 주제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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