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계 가족 지분 정리…박현주 회장 직계가족 부각
'승계 1순위' 장남 박준범, 미래에셋벤처투자서 선임 심사역 근무
미래에셋 측 "전문경영인 체제로 성과"…2세 경영 가능성 일축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이미지=중앙이코노미뉴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이미지=중앙이코노미뉴스]

[중앙이코노미뉴스 김수현]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계열사 지분 이동 작업으로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방계 가족 지분은 줄어들고, 직계 가족의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박 회장의 장남 박준범 미래에셋벤처투자 선임 심사역이 형제 중 유일한게 그룹에 몸담고 있어, 향후 승계와 관련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30일까지 미래에셋생명 주식 5만 8754주를 장내 매입해, 지분율을 15.67%까지 늘렸다. 2023년 9.19%에 불과했던 지분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의 여동생 박정선씨는 보유 중이던 미래에셋생명 주식 1만 9278주를 전량 매도하기도 했다.

미래에셋과 관계된 박 씨의 행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월 박 씨는 본인 소유의 미래에셋컨설팅 주식 2만 5884주를 조카인 박 선임에게 무상으로 증여했다. 이를 통해 박 선임은 지분 11.52% 확보해, 박 회장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서는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박 선임은 같은 해 3월 해당 주식의 수여를 포기해 지분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증여에 따른 수백억 원 규모의 세금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박 씨는 자신과 자녀 2인이 소유한 미래에셋컨설팅 주식 3만 8748주(4.99%)를 비영리법인인 미래에셋희망재단에 출연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박 씨의 주식 처분이 미래에셋의 지배구조 개편은 물론, 박 선임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해석했다.

1993년에 태어난 박 선임은 박하민씨, 박은민씨 등 두 명의 누나가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를 졸업하고,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넷마블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했다.

이듬해인 2022년 미래에셋벤처투자에 입사해 금융 업계에 본격적으로 몸담았다. 최근 스타트업 이공이공을 딜소싱해 투자를 이끌고, 의류 기업 안다르 구주 투자를 주도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의 2세 승계 입장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어, 향후 승계가 유력한 인물로 꼽힌다.

박 회장은 지난 202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2세 승계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신 지분을 물려줘 대주주 자격으로 이사회에는 참여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기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2·3세 경영을 통해 과감한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었고,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했던 기업들은 적절한 시점에 인적 쇄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그룹의 ‘2세 경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박 선임의 경우 다른 형제들과 달리 미래에셋그룹 내 근무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래에셋그룹의 지분 구조는 '박현주 회장→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으로 이어진다.

그룹 지배의 핵심인 미래에셋컨설팅 주식 중 박 회장은 48.63%를, 배우자 김미경 씨는 10.24%, 직계 3남매가 8.19%씩 소유하고 있다. 지분의 83.44%를 직계 가족이 지니고 있는 만큼, 향후 그룹 지배 양상에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아직 60대 중반이고, 박 선임도 아직 젊은 편이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방식의 기업 운용을 시도할 시간은 충분하다”며 “그룹 개편에 대한 박 회장의 입장이 변할 수 있어, 향후 2세 승계를 포함한 경영 방식 변화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룹 승계 문제와 관련,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향후 미래에셋컨설팅 주식을 미래에셋희망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며 자녀들은 이사회에 참여하고 회사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다" 며 "지난해부터 미래에셋전문경영인 1.0 체제를 통해 실적성장 및 비즈니스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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