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노조 서울 광화문역 앞 세종로에서 총파업 실시
김형선 위원장 “아이들에게 ‘숙제하는 세상’ 대신 ‘축제하는 세상’ 주자”
“5대 은행 저조한 참여로 반쪽의 성공도 못 이뤄”

26일 금융노조가 서울 세종로에서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중앙이코노미뉴스]

[중앙이코노미뉴스 김수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그간 예고한 총파업을 단행했다. 일반 국민에게 호소력이 높은 ‘주 4.5일제’를 주요 요구 사항으로 들고 나왔지만, 대다수의 구성원을 차지하는 5대 시중은행의 저조한 참여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낸 모양새다. 

26일 금융노조는 서울 광화문역 앞 세종로에서 '9.26총파업'을 개최했다.

이날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오늘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고 노동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모였다"고 하며 "번아웃과 정신질환의 고통에서 숨죽이며 자신의 모자람과 부족함을 자책하는 동료들의 삶을 되찾기 위해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시민들과 직원들에게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이들은 가족과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며 "아이들과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하고 싶고, 가족들과 나들이 한 번 제대로 하고, 부모님 모시고 여행 한 번 가고 싶다는 절절한 요구였다"고 전했다.

26일 금융노조 총파업에서 김형선 위원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이코노미뉴스]

이어 “인생을 숙제처럼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이 나라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숙제하는 세상’이 아니라 ‘축제하는 세상’을 만들어 주자”라고 강조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그 동안 물가는 살인적으로 치솟았지만, 낮은 임금 인상으로 그 모든 부담은 금융 노동자가 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떠안아야 했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실질 임금 인상은 금융 노동자의 요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들의 요구이자 우리의 삶을 만들어 바꾸는 절박한 생존의 외침이다”고 주장했다.

류 사무총장은 “주 5일제를 처음 도입할 때 금융노조가 맨 앞에서 싸웠고, 그 투쟁의 결실로 대한민국의 삶을 바꿨다”며 “오늘 주 4.5일제 투쟁 역시 같은 길이고, 금융노조가 앞장 서면서 한국노총 역시 그 깃발을 끝까지 함께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26일 금융노조 총파업 현장의 KB국민은행 노조 배정석이 상당 부분 비어있다. [사진=중앙이코노미뉴스]
26일 금융노조 총파업 현장의 KB국민은행 노조 배정석이 상당 부분 비어있다. [사진=중앙이코노미뉴스]

이번 파업이 대중적인 호소력이 강한 주 4.5일제를 전면에 앞세웠지만,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조합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5대 시중은행의 저조한 참여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신한은행 노조는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일 진행된 금융노조원 전체 투표 당시, 신한은행지부의 투표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노조 보직 등을 맡은 직원을 중심으로 각 10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간부 위주로 50명 남짓만 파업에 동참했다. 반면 김 위원장이 속한 IBK기업은행의 경우 더 높은 인원인 약 1500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금융노조는 최대한의 역량을 동원해 조합원을 끌어모은다는 계획이었다”며 “이번에 전제 사업장에 적용 가능한 주 4.5일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5대 은행이 사실상 불참하면서 ‘반쪽의 성공’도 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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