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자산 중 유가증권 35%…2년 전 55.6% 대비 20% 감소
2023년 SVB發 뱅크런 괴담 '곤욕'…높은 채권 비중 리스크 부각
3년 이내 단기채권 비중 높이고 LCR 높여 유동성 리스크 차단 

2024년 토스뱅크 자산 구성. [사진=토스뱅크 결산 공시]
2024년 토스뱅크 자산 구성. [사진=토스뱅크 결산 공시]

[중앙이코노미뉴스 정재혁] 2023년 '뱅크런' 괴담으로 곤욕을 치렀던 토스뱅크가 괴담의 주된 근거가 됐던 유가증권 운용 비중을 지난 2년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토스뱅크의 2024년 결산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토스뱅크 총자산(29조 7294억원)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35.07%(10조 4262억원)로 전년(43.36%) 대비 8.29%포인트(p) 줄었다.

토스뱅크의 유가증권 비중은 2022년 말 55.61%에 달했으나 2023년 말 43.36%, 지난해 말 35.07% 등 불과 2년 만에 20%p 이상 감소했다.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유가증권 비중은 각각 16.83%, 24.33%로 토스뱅크에 비해 낮은 편이다.

토스뱅크가 비교적 단기간 내에 유가증권 비중을 대폭 축소한 것은 지난 2023년 발생한 '뱅크런' 괴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존 3개 인터넷전문은행 중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다음으로 지난 2021년 10월 문을 연 토스뱅크는 영업 초창기 대출 영업에 어려움을 겪자 대부분의 자금을 유가증권 운용에 투입했다.

이는 여신 기반이 취약한 신생 은행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2023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배경에 높은 채권 의존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토스뱅크의 자산 건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SVB는 미국의 양적완화 시기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자금을 확보해 덩치를 키웠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대출 수요가 줄었고, 남아도는 자금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문제는 양적완화가 마무리되고 시중 금리가 높아지면서 시작됐다. 돈줄이 마른 기업들이 SVB에 예치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는데, 막상 SVB가 투자한 국채 가격도 동반 폭락하면서 보유 국채를 전부 팔아도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토스뱅크도 SVB와 마찬가지로 국채 등 유가증권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SVB를 파산으로 이끈 '뱅크런' 리스크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객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토스뱅크가 수신 고객을 대거 유치하기 위해 '먼저 받는 이자 예금'이란 상품을 출시하면서 '유동성 불안'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이 상품이 예금이자를 선지급하는 상품인 만큼, 토스뱅크가 당장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무리한 상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추론이다.

결론적으로 토스뱅크를 둘러싼 뱅크런 괴담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만기 10년 이상 장기 채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던 SVB와 달리, 토스뱅크는 만기 3년 이내 단기 채권 비중이 대부분이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당시 833.5%에 달해 실제 유동성 측면에서 문제될 부분이 없었다.

다만, 토스뱅크는 2023년에 일어난 뱅크런 괴담을 단순 해프닝으로만 취급하지 않고 향후 이러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에 더욱 힘을 쏟는 모습이다.

지난해 토스뱅크의 원화 유가증권 포트폴리오를 보면 만기별로 △1년 이내 3조 2477억원 △2년 이내 3조 3005억원 △3년 이내 2조 3966억원 △3년 초과 1조 4814억원 등으로 나타나 만기 3년 이내 단기 채권 비중이 전체의 85.79%에 달했다. 2022년 61.65%, 2023년 79.25% 등 매년 단기 채권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LCR도 2023년 말 583.32%에서 지난해 말 652.76%로 약 70%p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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