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차익 '집중' 비판 속에도 구조조정·브랜드 혁신 통해 기업 회생 성공 사례 '조명'
남양유업·대한전선·EMC홀딩스...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으로 기업 정상화
공차코리아·두산공작기계...글로벌 확장으로 브랜드 경쟁력 제고
OB맥주·아웃백·버거킹…사모펀드 성공사례, 유통업계서도 ‘재조명'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으나, 단기 수익 중심의 접근과 무리한 차입 구조,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 회피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속세를 3~4번 치르면 기업이 사실상 국가에 귀속되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사모펀드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본지는 창간특집을 통해 사모펀드의 국내 기업 인수 사례를 성공과 실패 측면에서 짚고, 이를 둘러싼 여론과 정책 대응, 향후 시장 전망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4회에 걸쳐 균형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중앙이코노미뉴스 송태원] 사모펀드는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법’ 개정을 통해 국내에 공식 도입된 이후 빠른 속도로 제도적 기반과 시장 규모를 확대해왔다. 2023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총 1126개의 사모펀드가 운용되고 있으며 이들이 관리하는 자금 규모는 약 136조4000억원에 이른다.
시장 내 영향력 또한 꾸준히 커졌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체 M&A 거래에서 사모펀드의 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했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거래 가치 기준 30% 이상 거래 건수 기준 40% 이상을 차지하며 사모펀드는 핵심 투자 주체로 자리 잡았다.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무리한 차입을 통한 인수 △비용 절감 명목의 인력 구조조정 △단기 수익 실현을 위한 자산 매각 등 부작용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며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먹튀 자본'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위기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린 사례들을 통해 사모펀드가 단순한 '먹튀'가 아닌 산업 재편의 한 축으로도 기능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 유니슨캐피탈코리아, 어펄마캐피탈 등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전통 제조업부터 식음료·환경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투자 성과를 거두며 장기적 관점의 경영 전략을 입증해온 사례들이 존재한다.

남양유업·대한전선·EMC홀딩스…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으로 기업 정상화
대표 사례로는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남양유업이 있다. 당시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마약 연루, 불가리스 논란 등 잇따른 구설과 불매운동으로 소비자 신뢰를 잃었고 이에따라 매출과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졌다.
결국 홍원식 회장 등 오너일가는 민심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2021년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 원에 인수했다. 경영권 양수도 계약은 2021년 5월 체결됐지만, 홍 전 회장의 번복으로 법정 공방이 이어졌고 거래는 지난해 1월에 최종 마무리됐다.
한앤컴퍼니는 2024년 남양유업의 이사회를 장악한 직후부터 전방위적인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홍원식 전 회장 일가가 운영하던 외식사업부를 과감히 정리하고 호텔 피트니스 등 잉여자산을 처분하는 등 비효율 요소들을 제거했다.
이와 동시에 한앤컴퍼니는 기업 이미지 회복과 내부 체질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8월 헌법재판관 출신 이정미 변호사를 초대 위원장으로 한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신설하고 준법경영 체계 구축과 공정거래 질서 확립, 청렴 문화 기반 조성 등 3대 목표를 세웠다. 또한 남양유업은 국제표준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45001’ 인증을 도입해 사업장 안전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끼임·추락·충돌 등 주요 사고 예방을 위해 인터락 장치와 안전덮개를 설치하고 K형 사다리와 AI 지게차 카메라 등을 도입해 작업 안전성을 높였다.
또한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제품 차별화에도 나섰다. 주요 브랜드를 기능성과 편의성 중심으로 재정비해 소비자 신뢰 회복에 속도를 냈다. ‘맛있는우유GT’에는 비타민 D3를 추가하고 ‘아이엠마더’는 무항생제 원유 기반의 액상 분유로 출시했으며 ‘불가리스’는 유당 제거와 그릭 요거트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이러한 구조개편과 내부 혁신, 제품차별화를 바탕으로 남양유업은 2024년 당기순이익 7324만원을 기록하며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앞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수백억 원대 순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올 1분기에도 1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세를 이어갔다.
대한전선 사례 역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게 만든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기간산업의 중추인 대한전선을 인수한 뒤 대대적인 혁신 작업을 통해 회생을 이끌어냈다.
대한전선은 1955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종합전선 제조사로 한때 5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알짜기업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무주리조트, 캐나다 힐튼호텔 등 비전문 영역에 진출하며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고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2012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하게 됐다.
IMM PE는 2015년 대한전선에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70.1%를 확보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즉시 본격적인 체질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출자법인을 36곳에서 18곳으로 줄이며 비핵심 자산을 정리했고 조직 슬림화를 통해 경영 효율을 높였다. 또한 초고압 전력선 중심의 고수익 제품 수주 비중을 확대했고 브로커 없는 직접 영업, 글로벌 프로젝트 진출을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임직원에게 스톡옵션과 포상금, 승진 체계 개편 등을 통해 성과 중심의 인사 체계를 도입하며 동기부여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2016년까지 마이너스였던 영업현금흐름은 2019년 792억 원으로 전환했고 총차입금은 2014년 1조1373억 원에서 2020년 5863억 원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인수 전 1~2%대에서 3%대로 회복되며 수익성 기반이 안정화됐다.
이후 IMM PE는 2021년 대한전선 지분 40%를 2500억 원에 호반건설에 매각하며 투자 회수를 완료했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기간산업 정상화와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 확보에 집중한 투자 사례로 평가받는다.
환경 산업 분야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가치 제고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EMC홀딩스(현 리뉴어스)가 있다.
어펄마캐피탈은 2015년에 코오롱그룹의 수처리 자회사였던 코오롱워터앤에너지의 수처리사업부를 1200억원을 들여 인수하며 EMC를 신설했다. 당시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수처리사업부는 국내 1위 수처리 기업이었지만 성장 전략과 수익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어펄마캐피탈은 인수 직후 회사명을 EMC홀딩스로 바꾸고 경영 효율화에 착수했다. 수주 산업 특성을 반영해 핵심성과지표(KPI)를 수주성공률이 아닌 수주 건수로 전환했고 교육과 평가 제도를 개선해 조직 내 실행력과 만족도를 높였다.
아울러 ‘볼트온 전략’을 본격 추진하며 환경 기업에 대한 연쇄 인수에 나섰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충청환경에너지(230억원), 경기환경에너지(130억원), 와이에스텍(750억원), 서남환경에너지(200억원), 경인환경에너지(750억원), 경북환경에너지(500억원) 등 총 6곳을 추가로 인수하며 폐기물 소각·매립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EMC는 하수·폐수 처리뿐 아니라 전국 소각장 운영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환경 통합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2016년 2140억 원이던 매출은 2019년 3808억 원으로 78% 증가했고 같은 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101억 원에서 820억 원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어펄마캐피탈은 2020년 EMC를 SK에코플랜트에 약 1조2000억 원에 매각했다. 이후 EMC는 사명을 리뉴어스로 바꿨다.
공차코리아·두산공작기계…글로벌 확장으로 브랜드 경쟁력 제고
글로벌 확장 전략을 통한 성공 사례도 주목받는다. 대표 사례는 유니슨캐피탈이 투자한 공차코리아다.
유니슨캐피탈은 2014년 공차코리아를 인수할 당시 단순히 대만 밀크티 브랜드의 한국 사업권을 보유한 중소기업 수준이던 회사를 체질 개선과 글로벌 확장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 본사로 탈바꿈시켰다.
공차코리아는 2012년 한국에 첫 점포를 연 뒤 2014년 말까지 129개로 매장을 늘리며 빠르게 성장했으나 경영시스템의 부재로 많은 부작용을 겪었다. 유니슨캐피탈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CJ푸드빌 대표 출신 김의열 대표를 영입하고 핵심성과지표(KPI)를 '매출과 출점'에서 ‘동일점포 매출 성장률(SSSG)’로 전환했다. 이에 더해 신제품 개발과 서비스·마케팅 개선을 병행한 결과 전년 대비 20% 이상 SSSG를 19개월 만에 상승 전환 시켰다.
2016년에는 자회사 공차재팬을 설립해 일본 시장에 진출했고 2019년 말까지 점포 수를 55개까지 확대했다. 이어 2016년 말 대만 본사 지분 70%를 인수하며 브랜드 소유권까지 확보했다. 이로써 공차코리아는 단순 프랜차이즈 운영사에서 공차 브랜드의 글로벌 본사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13년 280억원이던 매출은 2019년 22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EBITDA(감가상각전영업이익)도 76억 원에서 575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유니슨캐피탈은 2019년 말 미국계 글로벌 PEF 티에이어소시에이트에 공차코리아 지분 전량을 3500억 원에 매각해 투자 원금 대비 6배, 연환산 내부수익률(IRR) 47%에 달하는 수익을 실현했다.
제조업 분야에서의 글로벌 확장 전략은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두산공작기계 사례에서 확인된다.
MBK파트너스는 2016년 두산인프라코어로부터 공작기계 부문을 1조1300억원에 인수했다. 두산그룹은 당시 밥캣 인수로 인한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 해당 자산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이후 MBK파트너스는 회사명을 ‘㈜두산공작기계’로 바꾸고 △북미 딜러망 개편 △중국 시장 공략 △글로벌 판매채널 확대 등의 전략을 추진했다. 동시에 R&D 및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전기차 모터하우징·코어부품·배터리하우징 등 미래차 부품 가공 수요에 맞춘 신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냈다. 그 결과 MBK파트너스는 2022년 두산공작기계 엑시트(투자 회수)에 성공해 인수 당시 1조1300억원이던 회사를 2조4000억 원에 DN그룹에 매각했다.
OB맥주·아웃백·버거킹…사모펀드 성공사례, 유통업계서도 ‘재조명’
유통·외식업계에서도 사모펀드의 긍정적인 경영 사례가 존재한다.
대표 사례 중 하나는 글로벌 사모펀드 KKR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2009년 인수한 OB맥주다. 두 운용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AB인베브로부터 OB맥주를 약 2조3000억 원(18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OB맥주는 하이트에 1위 자리를 내준 채 수익성과 브랜드 경쟁력이 모두 약화된 상태였다.
두 운용사는 인수 직후, 기존 유통 관행을 전면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변화는 과잉 출고를 유도하던 ‘밀어내기’ 관행을 없앤 것이다. ‘밀어내기’는 필요 이상으로 제품을 유통점에 공급해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방식으로, 재고 부담과 반품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해왔다. 어피니티는 이 관행을 폐지하며 유통 효율성을 높이고, 영업 현장의 신뢰를 회복했다.
또한 OB맥주의 주력 제품인 ‘카스’는 품질과 신선도 개선을 위해 ‘1개월 내 고객에게 전달’이라는 새로운 유통 전략을 도입했다. 이 전략은 신선한 맥주를 강조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더불어 ▲지역 밀착형 영업 강화 ▲젊은 층을 겨냥한 신제품 출시 ▲마케팅 리포지셔닝 등 실무 중심 전략을 병행해 경쟁력을 회복했다.
그 결과 OB맥주는 3년 만에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하며 부활에 성공했고,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도 급속히 회복됐다. KKR과 어피니티는 2014년 약 6조2000억원(58억 달러)에 OB맥주를 다시 AB인베브에 매각하며 5년 만에 약 3조50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외식업 분야에서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인수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 침체 속에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를 약 58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아웃백은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전반의 성장 정체, 식상한 메뉴 구성, 고비용 구조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였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인수 후 식재 유통 방식부터 전면 개선했다. 냉동 스테이크를 냉장 유통으로 전환해 품질을 높였고, 블랙라벨·토마호크 스테이크 등 고급 메뉴를 신설해 차별화를 꾀했다. 동시에 배달 전용 매장 도입, 내부 인테리어 개선, 디지털 주문 시스템 확대 등 소비 트렌드에 맞춘 운영 혁신도 추진했다.
VIG파트너스가 버거킹코리아를 공격적인 마케팅과 효율화 전략을 통해 회생시킨 사례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VIG파트너스는 2012년 말 장기간 부진에 빠졌던 버거킹코리아를 두산 그룹으로 부터 약 11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버거킹은 두산그룹 산하에서 성장세가 멈추고 수익성도 악화되면서 전반적인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 시장에선 브랜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인수 후 VIG파트너스는 외식업 전문 경영진을 영입하고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다. 직영 위주로 운영되던 기존 방식을 바꿔 가맹점 확대 전략을 도입했고, 인수 당시 두 곳에 불과했던 드라이브 스루 매장도 빠르게 늘렸다.
여기에 배달 서비스 도입, 24시간 영업 확대, 신규 메뉴 개발 등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특히 브랜드 핵심 자산이던 ‘와퍼’ 중심의 라인업을 확장해 ‘콰트로치즈와퍼’ 등 신규 프리미엄 메뉴를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배우 이정재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힘을 실었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버거킹의 매출은 2013년 2122억원에서 2014년 2525억원으로 1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8억원에서 121억원으로 38.1%, 당기순이익은 65억 원에서 101억 원으로 55.8% 증가했다. 매장당 일 평균 매출은 인수 당시 200만 원 중반대에서 약 420만원까지 상승했다.
실적 반등과 점유율 회복에 성공한 VIG파트너스는 2016년 1월, 버거킹코리아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약 2100억원에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단기 수익만을 노리는 ‘먹튀 자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