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도입 등 내부통제 기준 강화…초대형IB 인가 새정부 기준에 따를 듯
신한투자, 지난해 사고 후 내부통제 고삐…메리츠증권, 올해 금감원 제재 '0건'
하나증권, '수사정보 유출' 압수수색…키움증권, 제재 이어 전산사고까지 '악재'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이코노미뉴스 김수현]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요구가 커지면서 증권업계도 책무구조도를 정비하고 관련 부서를 새로 꾸미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올해 3분기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가 계획된 만큼, 주요 후보군으로 꼽히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7월까지 자산 5조원 이상 증권사·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를 제출받을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주요 증권사 19곳은 시범운영 기간에 맞춰 책무구조도를 이미 제출한 상태다. 이 중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등은 올해 3분기에 계획된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관련 업무 능력은 물론 내부통제 강화에도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 수립 이후 이전보다 금융사고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되는 것과 관련, 초대형IB 심의 기준 중 내부통제에 대한 기준을 높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메리츠증권 ci
신한투자증권·메리츠증권 ci

지난해 13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취임한 이선훈 대표의 지휘 아래 업계 최고 수준의 내부통제 정책을 추진하며 금융사고 예방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취임사를 통해 “잘못된 관행을 제거하고, 새롭고 건강한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과 비장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위기관리·정상화 위원장으로서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초 조직개편으로 프로세스혁신본부와 준법지원팀을 신설해 일선 직원들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운영리스크관리팀을 새로 구성해 전사 리스크 관리기능을 강화했다.

이에 더해 지난 4월에는 특정 임원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한정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관련 이슈가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전 임원의 성과급을 일괄 차감하는 ‘집단 책임제’를 도입했다. 또 부서 평가에서도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미흡한 부분이 드러날 경우 다른 영역 점수와 관계없이 등급이 최저까지 하락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각종 관련 내부통제 관련 사건이 발생하며 홍역을 앓았지만, 올해 들어 별다른 내부통제 이슈가 발생하지 않으며 초대형IB 인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이그룹(이화그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및 거래와 관련된 혐의를 확인하고자 메리츠증권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2021년 이수그룹 계열사가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1700억원의 BW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메리츠증권 임직원들과의 부정거래 여부를 살피고 있다.

지난해 5월 검찰은 메리츠증권 전 임원 박 모씨가 부하 직원들에게 부정대출을 알선받고 대가를 지불한 혐의로 이들에게 구속영장이 청구했다. 박씨는 2014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부하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타금융사에서 5차례에 걸쳐 1186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큰 사건들을 뒤로 하고 올해 내부통제에 비교적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내려진 제재는 총 27건으로 지난해 발생한 23건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메리츠증권은 올해 들어와 단 한건의 제재를 받지 않으며 '내부통제 모범생'으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하나증권·키움증권 ci
하나증권·키움증권 ci

하나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선 지점에서 대형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며 초대형IB 인가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은 하나증권 모 지점이 압수수색을 했다. 해당 지점의 전 지점장이 피의자에게 수사관련 정보를 흘려줬다는 이유다.

경찰은 한 위성통신 기업 내부정보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하나증권에게서 관련 정보를 넘겨받았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점장은 고객에게 압수수색영장 발부 여부와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지난해 8월에는 증시 폭락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고객들과 소송전을 벌였다. 

당시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하나증권 클럽원WM센터가 판매한 하나자산배분알파 랩어카운트 가입자 80여 명이 5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일부 고객은 운용역이 시장 상황 등에 안일한 대응이 손실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소송에 나섰다.

랩어카운트는 주가지수가 콜·풋옵션 가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정적 수익을 제공하지만, 커진 변동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새 정부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추진하는 등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 개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당 사건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키움증권 역시 사정은 비슷한다. 

금감원은 지난 3월 키움증권에 대해 기관주의와 함께 과징금 200만원, 과태료 7920만원을 부과하고 전현직 임직원 30명에게 제재를 내렸다.

현직 임원 1명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고 퇴직 임원 2명에게 '주의 상당'의 조치가 내려졌다. 직원 중에서는 △과태료 450만원 1명 △감봉 3개월 1명 △견책 11명 △주의 9명 등 22명이 징계를 받았다. 퇴직자 5명은 위법·부당행위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감봉·견책·주의 등의 제재를 받았다. 또 금감원은 키움증권이 개선해야 할 '자율처리 필요사항'도 25건 역시 통보했다. 이밖에도 '문책 및 자율처리 필요사항' 11건을 지적받았다.

제재가 내려진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3일과 4일 키움증권의 홈트레이딩서비스(HTS)와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에서 주문 체결이 지연되는 전산사고가 발생하자, 지난달 금감원은 키움증권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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