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종합증권사 본인가 획득…포스증권 인수 7개월만
유상증자로 2029년 자기자본 3조원 확보 목표
2조원 규모 그룹 공동펀드 계획…자본 확충에도 수익성 우려 나와
업계 "기존 증권사 아성 무너뜨리기 쉽지 않을 것" 분석

지난해 8월 '우리투자증권 출범식'에서 정호영 근로자대표 부부장(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조현진 우투리1기 과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중앙이코노미뉴스 김수현] 우리금융그룹이 수익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출범시킨 우리투자증권이 종합증권사 본인가를 받는데 성공하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우투증권은 그룹사와의 연계를 통해 자본 확충은 물론 기업금융과 리테일 부문을 확장해 5년 내 업계 10위권에 올라선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부족한 자금과 인프라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우투증권 투자매매업 변경인가를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7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한지 약 7개월 만에 우투증권이 종합 증권사 라이선스를 획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투증권은 기업공개(IPO), 파생상품 거래 등 IB 관련 업무를 영위할 수 있게 됐다. 또 오는 31일 계획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이 출시된다면 증권사 경영을 위한 기본적인 ‘판 깔기’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투증권은 포스증권의 플랫폼 경쟁력과 우리종금의 발행어음·기업여신을 발판으로 삼아, △IB △S&T(세일즈·트레이딩) △리테일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기업은 물론 개인을 아우르는 ‘초대형IB’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그룹은 2조원 규모의 계열사 공동 펀드 조성해 2027년까지 추가로 증권사를 인수하거나 유상증자를 시행해 2029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 2034년까지 5조원의 자기자본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우투증권이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본다.

우투증권은 IB부문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발굴한 중소·중견 기업의 프리IPO나 자본투자를 시작으로 IPO와 인수금융 주선 등으로 사업 확대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이 모델은 소규모 기업을 키워야 하는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다. 5년이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을 제시한 우투증권에게 적합하지 않은 사업 모델이라는 지적이다.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가 지난해 8월 열린 '우리투자증권 출범식'에서 회사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

이와 함께 리테일과 S&T부문 역시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다.

우리종금과 합병한 포스증권은 온라인 펀드판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규모 증권사로 리테일 부문과 접점이 거의 없다. 결국 포스증권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없는 우투증권이 택할 수 있는 단기적 선택지는 영업점 중심의 전문적 리테일 업무보다는 우리은행 등의 창구를 이용한 상품 판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우투증권은 내년까지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을 고도화해 고액자산가 3만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인데 이를 달성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업계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고액자산가 패밀리오피스인 ‘세이지클럽’이 2만2000여명의 고객을 유치한 상황인데, 이를 감안 할 경우 리테일 네트워크가 부족한 우투증권이 해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의 제기된다.

수익성 유지 역시 우려되는 지점이다. 우투증권은 2023년 5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적은 액수지만 흑자전환했다. 이런 성공에도 소규모 증권사 인수에 다른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2020년 출범한 이후 지난해까지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온라인 중심의 사업 영역만으로 초기 사업비용으로 큰 손실을 기록했는데, 더 다양한 사업영역을 포괄하기로 계획한 우투증권의 경우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투증권이 ‘비빌 언덕’인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금융그룹이 제시한 2조원 상당의 공동펀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또 현재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우투증권에 계획처럼 자금을 투입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때 맞춰 자본 확충이 이뤄진다고 해도 우투증권의 기존 목표가 수월하게 달성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자본 확충만으로 이미 공고하게 자리잡은 초대형사 증권사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하나금융그룹이 총 5차례에 걸쳐 2조70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기자본 규모를 2배 이상 끌어올렸지만 아직 초대형 증권사 반열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이와 함께 초대형 증권사의 독주체제가 공고해 지고, 중대·중소 증권사와의 양극화 역시 심화되고 있어 우투증권의 성공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한국투자·삼성·미래에셋·키움·메리츠즈증권 등 업계 상위권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어섰지만, 8~10위인 신한투자(3725억원)·하나증권(1420억원)·대신증권(716억원) 등의 실적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 중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역시 우투증권과 마찬가지로 대형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둔 증권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초대형 증권사들은 두터운 기존 고객층을 중심으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상품운용 중심의 탄탄한 수익구조를 형성한 상태”라며 “자본력은 물론 리테일 영업기반이 부족한 우리투자증권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는 증권사와의 경쟁을 이겨내고 5년 내에 업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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