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윤 대표 선임 당시 농협중앙회와 NH금융지주 대립 격화
NH투자증권 노조, 농지비 징수 과도…합병 후 ‘화학적 결합’ 요원
금융당국, '중앙회-지주-자회사' 지배 구조 손질 필요 지적

윤병윤 NH투자증권 대표. [사진=NH투자증권]
윤병윤 NH투자증권 대표. [사진=NH투자증권]

[중앙이코노미뉴스 김수현] 지난해 크게 향상된 실적으로 NH투자증권의 존재감을 키웠던 윤병운 대표가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와의 갈등으로 연임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 대표의 연임 논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농협중앙회→NH농협금융지주→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속에서 촉발된 만큼 유사한 문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24.16% 성장한 6866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증가하자 자연스럽게 NH투자증권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 역시 높아졌다.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의 지배주주 순이익 2조4537억원에 반영된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3744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 늘어났다. 전체 순이익에서 NH투자증권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9%p 늘어난 14.1%로 NH농협은행(68.1%) 다음으로 그룹 내 기여도가 높다. 

그럼에도 특히 지난해 대표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 및 NH투자증권과의 갈등이 농협이 지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NH농협금융지주는 8개 자회사 중 7곳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고, 농협중앙회는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각 자회사들에게 농협중앙회의 지배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NH농협금융지주의 NH투자증권 지분율은 57.54%로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타 계열사에 비해 제한적이다. 또 NH투자증권이 상장사인 만큼 대주주의 의도에 맞춰 회사를 온전히 지배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에 소속된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존중받아왔다.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의 행보가 그 전형적인 사례다. 정 전 대표는 2018년 취임 후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실적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뒤 3연임에 성공했지만, 지난 2023년 말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에서 '문책경고'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9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7회 청정축산 환경대회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9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7회 청정축산 환경대회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후 NH투자증권의 신임 대표 인선을 두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인정하려는 이석준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간의 대치상황이 발생했다.

지난해 3월 강 회장은 취임 직후 이 전 회장을 만나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의 신임 대표 후보로 추천해달라는 뜻을 전달했지만, 이 전 회장은 NH투자증권의 독립적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해당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정영채 키드'로 불리던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농협 문화 이식’과 ‘업종 특성’의 싸움은 NH투자증권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방파제 역할을 하던 이 전 회장이 올해 NH금융지주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강 회장 체제 아래 이찬우 회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으로, 최근 이 회장의 행보를 비춰 보면 윤 대표의 연임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회장이 취임 첫날 중앙회와의 관계 설정을 묻는 질문에 "농협금융지주는 1111개 지역조합이 출자한 것으로 가급적이면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농업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앙회와 잘 협의한다면 충분히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향후 농협중앙회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경영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NH투자증권 구성원들과 농협 계열사 특유의 문화가 아직 ‘화학적 결합’ 단계에 이뤄지지 않은 모습도 역시 발견된다.

최근 NH투자증권 구성원들이 농협중앙회의 계열사에 부과하고 있는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가 과도하다 주장하며 중앙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농지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업농촌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계열사 수익의 일정 범위를 명칭사용료 등을 명목으로 수취하는 제도다.

해당 법령은 농지비 비율을 수익의 2.5%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NH투자증권은 지난 2023년에는 당기순이익의 13.14%인 572억원, 지난해에는 9.39%인 588억원을 농지비로 납부했다.

이에 올해 초 NH투자증권 노동조합은 과도한 농지비 납부가 배임 가능성이 높다며 법적 대응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상장기업인 만큼 과도한 농지비 납부가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는 경영 행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아울러 금융당국 역시 ‘농협중앙회→NH금융지주→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해당 사안이 국가적 과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농협은행에서는 90건, 649억 규모의 부당대출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러한 내부통제 실패의 원인을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 전반의 인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를 단행하며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9일 "과도한 배당으로 농협금융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발생한다면 감독당국과 농협중앙회의 문제가 될 것이다"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농협 자체가 농립수산식품부의 소관이고 ‘농협법’이라는 별도의 법령에 따라 운영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근본적 개입은 월권에 불과하고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 역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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