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비은행 확대' 첨병…'자기자본 6조' 업계 7위 증권사 성장
덩치 커졌으나 실적 기대이하…지난해 흑자전환에도 ROE 3%대 그쳐
'ROE 10% 이상' 지주사 밸류업에 부담…올해 '초대형IB 인가' 기대
![하나증권 본사. [사진=하나증권]](https://cdn.joongangenews.com/news/photo/202503/415147_215078_246.jpg)
[중앙이코노미뉴스 정재혁] 은행계 증권사인 하나증권은 증권업계 내 대표적인 '덩칫값 못 하는' 증권사로 손꼽힌다.
하나금융지주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지난 수년 간 3조원에 가까운 자본확충을 통해 자기자본 기준 업계 7위권 증권사로 성장했지만, 실적 면에서는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럼에도 하나증권 대표이사는 은행계 금융지주사들 중 유일하게 지주 부회장을 겸직할 정도로 그룹 내 위상이 높은 축에 속한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하나증권의 흑자전환을 이끌며 임기 1년 연임에 성공한 강성묵 대표는 올해 실적 상승과 더불어 '초대형IB' 인가 획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결코 쉽지 않은 미션들이지만, 둘 다 완수할 시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251억, 영업이익 142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3년엔 고금리로 인한 조달여건 악화와 부동산PF 부실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영업손실 3668억, 당기순손실 2924억원에 그쳤다.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하나증권이 유일했다.
불과 1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낸 하나증권이지만, 그룹 내 기여도 측면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지난 2021년 당기순이익 5066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비은행 계열사 중 실적 1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이듬해인 2022년 순이익이 75.1% 급감한 1260억원에 그쳤고 2023년엔 적자전환하며 비은행 부문 실적을 오히려 깎아먹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음에도 만족할 수 없는 이유다.
이 기간 하나증권의 그룹 순이익 기여도는 △2021년 14.37% △2022년 3.53% △2023년 -8.55% △2024년 6.0% 등으로 들쑥날쑥했다.

그룹 내 기여도도 문제지만, 하나증권이 업계 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그간의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하나금융은 은행에 편중된 이익 비중을 개선하기 위해 증권 계열사를 전략적으로 키워왔다. 이에 하나증권은 지난해 말 자기자본 5조 9904억원으로 업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1조 2000억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5000억원, 2021년 5000억원, 2022년 5000억원 등 총 2조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지원했다. 2023년엔 1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에 나섰다. 이를 통해 2017년 말 2조원 대였던 하나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6조원에 근접했다.
하나증권과 유사한 자기자본을 보유한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하나증권이 왜 '덩칫값 못 한다'는 지적을 받는지 알 수 있다.
자기자본 6위인 메리츠증권(6조 2977억원)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1조 548억원)'을 달성했으며, 하나증권보다 순위가 낮은 9위 키움증권(4조 9716억원)도 영업이익 1조 클럽(1조 982억원)에 가입했다.
자기자본 8위인 신한투자증권(5조 4563억원)도 영업이익 3725억원을 기록하며 하나증권을 앞섰다.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중 하나증권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증권사는 10위 대신증권(영업이익 716억원)이 유일했다. 대신증권인 자기자본은 3조원대로 하나증권의 절반 규모다.
하나증권의 낮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음에도 ROE는 3.85%에 그쳤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밸류업 계획에서 향후 ROE를 10%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ROE 9.12%에 그치며 10% 달성에 실패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가 지난 26일 '손님 소리 체험의 날'에 참여해 손님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하나증권]](https://cdn.joongangenews.com/news/photo/202503/415147_215085_4713.jpg)
지난해 1년 연임에 성공한 강성묵 대표는 올해 실적 상승을 통한 ROE 개선과 함께 '초대형IB' 인가 획득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초대형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가 △재무건전성 확보 △대주주 적격성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 등의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해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증권사가 초대형IB 인가를 받으면 신용공여한도가 자기자본 대비 200%까지 늘어나고 발행어음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사뿐이다.
하나증권은 이미 지난 2023년 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로, 인가에 필요한 제반 조건은 다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불법 자전거래 관련 최종 징계 수위가 두 단계나 낮아진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금융위원회에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중징계 처분을 내릴 것을 건의했으나, 금융위는 심의 끝에 제재 수위를 두 단계 내려 경징계인 '기관경고'로 감경해줬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강성묵 대표가 이번 임기 내 초대형IB 인가 획득에 성공할 경우 함영주 회장 2기 체제에서 향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