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내부통제·조직문화혁신 관련 전 직원에 메일
하반기부터 영업본부 내부통제 전담 인력 추가 배치 예정
영업점 금고 열쇠관리부터 출납까지 지점장이 직접 관리
대출 연체등급 따라 지점장 인사평가 반영…"관리자 책임의식 강화"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행 내 '내부통제 ·조직문화혁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행 내 '내부통제 ·조직문화혁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중앙이코노미뉴스 문혜원]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내부통제·조직문화 혁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영업 현장에서 지점장급 이상 직원들의 책임의식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28일 전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은행 현장 업무 전반의 내부통제 관련 쇄신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정 은행장은 메일에서 "내부통제를 영업과 성과의 걸림돌이 아닌 필수 기반으로 인식해 달라"면서 "직원 개인이 조직의 기준이라는 마음으로 서로 간 윤리적 롤 모델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 내에선 이처럼 은행장이 직접 직원들을 대상으로 메일을 통해 제도 관련 방향성을 공유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본다. 특히 사내 메신저상 권고문보다 무게감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메일의 내용이 상당한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수 년간 발생해 온 금융사고로 인해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의식이 강화되면서, 은행장이 직접 직원들을 대상으로 메일을 통해 공고문을 전달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메일 공고문은 매 분기마다 행해지고 있으며, 특별한 상황이 있을 시 은행장 명의로 사내 직원들에게 전달된다.

이번 이메일 통해 전달된 주요 내용으로는 △내부통제 전담 조직 및 인력배치 추가 △리더 책임의식 강화를 위한 금고 개문 활동 △실질적 내부통제를 위한 WOORI업무 매뉴얼 마련 △휴가 연속 사용과 연계된 점검 체계 운영 등으로, 근로 문화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먼저, 내부통제 전담 조직 및 인력배치 강화의 경우 임금피크제 대상에 있는 직원들을 추가적으로 영업본부에 더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인원을 확대해 금융사고 방지에 철저히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반기에 인원을 얼마나 더 고용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우리은행은 전국 영업본부에 내부통제 관련 감사인원을 배치 중이다. 보통 한 영업본부에 감사인원 1~2명 정도가 내부통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이들 내부통제전문역은 해당 영업본부 특성에 맞는 테마 점검과 함께 산하 영업점들에 대한 월별 정기 감사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영업 현장의 지점장급 이상 직원들은 금고 개문활동을 도맡게 된다. 영업장 지점장이 직접 시재감사를 한다는 의미다. 대개 지점 내 금고관리 시 열쇠를 담당하는 관리자와 출납책임자 등 관련 책임자를 2명으로 두는데, 이를 리더(영업지점장)가 직접 관리를 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최근 은행 내 시재금 횡령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내부통제 강화 차원에서 리더가 직접 금고 개문 활동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 종료 후 시재금을 직원이 보관하지 않게 함으로써 횡령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재금 시스템은 은행 직원들이 일정 한도 이하의 시재금은 개별 보관하고, 일일 결산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전산 시스템에 입력한다. 하지만 전산상으로 금고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금고는 비어 있을 수 있다. 

현재 타 은행들의 경우 은행 직원이 일일 결산 마감 시 5만원권 전액을 모출납(지점 전체 시재를 관리하는 담당자)에게 인계하고 퇴근하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으로 시재관리를 하고 있다면, 우리은행은 지점장이 금고열쇠 관리부터 출납까지 도맡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실질적 내부통제를 위한 'WOORI업무 매뉴얼'도 조만간 준비할 예정이다. 

정 은행장은 책임자급 이상의 직원들이 휴가를 연속적 사용하는 부분을 권장하도록 하고 있다. 그간 부서장급 직원들은 휴가를 사용하기가 어려웠는데, 지점장이나 관리자급 이상은 장기간 휴가를 쓸 수 있다. 

특히 정 은행장은 연체여신 관련해서도 책임자급 이상에 내부통제 책임강화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6월부터는 영업본부별 각 지점장이 대출 여신에 대한 연체가 발생된 등급에 따라 인사에 반영하도록 했다. 본부 여신 심사를 통해 신규 대출이 나간 다음, 연체관리를 못하면 지점장의 등급을 하향하는 구조다. 

모니터링은 연체 1개월과 2개월로 나뉘어 진행한다. 연체 1개월에 한해 합산 10억원 이상, 차주 6개 이상일 경우나 연체 합산 50억원 이상, 여신취급 후 1년 내 10억원 이상 연체 차주 2개 이상 등이 선정기준이 된다. 

이 경우 담당 지점장은 종합평점 기준 부여 등급에서 1등급 하향 조정된다. 이는 1년간 인사에 적용된다. 지점장 입장에서는 향후 센터장, 본부장 등 승진 인사 평가 시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러한 모든 운영 프로세스는 여신정책부에서 총괄하게 되며, 연체 2개월 관리를 못할 시에는 인사부와 검사 총괄부에서 대상자들에게 개별 통지한다. 검사총괄부에서는 연체 부실에 대한 검사를 착수하며, 여신정책부에선 여신전결권 등급을 따지게 된다. 연체가 5개월 된 경우에는 검사결과에 따라 후선배치로 인사가 배정된다.  

여신관리 책임자 내부통제 외에도 연체 감축을 위한 여신관리에도 힘쓴다. 우리은행은 영업본부 29개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6월까지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한 연체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4월에는 시즌 1, 5월에는 시즌 2, 6월에는 시즌 3로 단계적 관리로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4~5월까지는 연체대출 감축비율을 신경 써서 관리했다면, 6월부터는 연체대출 감축건수와 감축금액, 평균연체율을 총 집계해 연체관리 관련 내부통제를 강화한다. 감축비율 항목의 경우 감축건수 항목으로 변경해 연체건수에 대한 촘촘한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달에는 연체대출 감축건수에 따라 29개 본부를 평가해 포상을 진행한다. 포상금의 경우 1위는 300만원, 2등은 150만원, 3등은 100만원으로 총 한 달간 1400만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다만, 영업직원들 사이에선 그만큼 영업과 연체관련 리스크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점에서 압박이 크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우리은행 직원은 "정 은행장 취임 후 행내 구성원 간 관계를 강조하면서 조직전반 혁신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금고개문을 지점장에게 맡기는 것이나 연체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의 방식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함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강화된 탓에 직원들이 오히려 영업 활동을 제한받고 방해가 되고 있는 격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도 "영업점에 연체관리에 집중하도록 하는 까닭은 요즘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높아지면서 외형 성장보다는 금융사고 방지가 급선무라는 금감원 등의 압박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우리금융그룹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업문화 건강진단을 연례화하는 '윤리적 기업문화 확립'에 필수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윤리적 기업문화 확립'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개발했으며, 전 그룹사 임직원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내부 문제결과를 도출해내는 식의 프로그램이다. 직원들의 의견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해 현장 내 윤리의식을 실천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변경을 통해 조직문화 혁신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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