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개 점포 폐점 시작…직원 전환 배치·임대주 반발 겹쳐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 높게 평가…매각 무산 시 청산 우려
MBK 책임론·검찰 수사 겹치며 지역사회 피해까지 확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그래픽=윤남웅 기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그래픽=윤남웅 기자]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결국 전국 점포 15곳을 순차적으로 폐점한다. 임대료 인하 협상 결렬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회생법원의 관리 아래 진행 중인 매각 절차와 맞물리면서, 소비자 불편·임대주 반발·노동자 피해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5개 점포 11월 우선 폐점…직원 468명 전환 배치


홈플러스는 오는 11월 16일 수원 원천·대구 동촌·부산 장림·울산 북구·인천 계산 등 5개 점포의 영업을 종료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어 나머지 10개 점포도 내년 5월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현재 직영 직원 468명을 대상으로 전환 배치 면담이 진행 중이다.

폐점 점포들의 임대차 계약은 대부분 만기까지 10년 이상 남아 있다.

수원 원천점 등 5개 점포의 계약 만료일은 2036년 12월 말로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상 ‘채무자회생법’에 근거한 계약 해지권을 발동했다.

회사 측은 “해당 점포에서만 연간 700억 원 이상의 임대료가 지출돼 800억 원대의 영업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잔여 계약 임대료는 손해배상금으로 전환되지만 법원 절차를 통해 일부 감액될 가능성이 크다.


매각 절차 본격화…스토킹호스 방식 도입


이번 폐점은 단순한 영업 손실을 넘어 홈플러스의 매각 전략과 직결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6월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를 승인하고 삼일PwC를 매각 주간사로 지정했다. 주간사는 스토킹호스(기업 인수합병이나 회생절차에서 사전에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한 예비 인수자를 선정한 뒤,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확정하는 매각 방식) 방식으로 예비 인수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7월 조건부 투자계약 체결을 거쳐 9월 말 최종 인수예정자를 확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이는 법원이 승인한 로드맵으로, 일정 자체는 목표치일 뿐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 원)보다 청산가치(3조7000억 원)가 더 높게 평가된 점도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청산가치가 높을 경우 인수자 확보가 어려워지면 법원이 청산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매각이 무산될 경우 홈플러스가 청산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 

MBK 책임론과 금융 수사 확산...지역사회 피해까지


사태의 배경에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자리한다.

MBK는 현재 보유 중인 2조5000억 원 규모 지분을 전액 소각하고 신규 투자자를 유치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일으킨 뒤 수익만 챙기다 회사를 파탄으로 몰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MBK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뒤에도 대규모 채권을 발행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금융감독원 조사와 검찰 수사가 동시 진행 중이다.

검찰은 김병주 MBK 회장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리며 수사 강도를 높였다. 금융당국은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의 투자자 기망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폐점 여파는 고스란히 지역사회로 번지고 있다. 점포가 사라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장 보러 갈 곳이 사라졌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임대 점주들 역시 “시설 투자금만 수십억 원인데, 일방적으로 계약을 끊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한다.

직원들의 고통도 심각하다. 지난달 폐점한 부천상동점·대구 내당점에서는 직원 50여 명이 퇴사했다. 부산에서 20년간 근무한 한 직원은 “예전엔 10분 거리였지만 지금은 출근에 1시간 가까이 걸린다”며 불안을 토로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회생 비용을 노동자·임대주·채권단에 떠넘기고 있다”며 “공정한 회생을 위해 법정관리인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수는 2022년 말 126개에서 현재 123개로 줄었고, 내년까지 추가 폐점이 진행되면 2027년엔 약 102개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폐점 점포 11곳에 재입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업계는 “M&A 성패에 달렸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폐점 예정 점포의 임대주들에게는 원상복구 비용을 면제하기로 했다”며 “M&A가 성사돼야만 회생이 가능하다. 법원과 채권단, 이해관계자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를 넘어 국내 유통산업 구조조정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며 “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 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수 있는 만큼 법원과 채권단, 투자자들이 모두 책임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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