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TF “정부·공적 기관이 구조조정 나서야”...2만 노동자 고용 위기
하렉스인포텍·스노마드 ‘자금력 의문’...부동산 실사 목적 논란
MBK 고배당·인력감축 여파 지속...회생 절차 ‘형식적 경쟁’ 전락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그래픽=윤남웅 기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그래픽=윤남웅 기자]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더불어민주당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직접 개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 내 ‘MBK-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는 유동수 의원은 지난 5일 서울회생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현재 진행 중인 매각 절차는 제2의 홈플러스 사태를 부를 수 있다”며 “정부와 공적 구조조정 기관이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의원은 지난달 말 홈플러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를 거론하며 “두 기업 모두 유통업 전문성은 물론 자금력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며 “엄정한 실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부적합하다고 판명될 경우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을 연장해 새로운 인수 주체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의원도 참석해 “공개입찰에 추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유암코(연합자산관리회사)나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같은 구조조정 전문기관이 공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2만 명의 홈플러스 노동자 고용과 10만 협력업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를 민간에만 맡겨선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고용 승계 △입점 소상공인 영업권 보호 △전단채 피해자 구제 등을 정부와 법원에 요구하며 ‘MBK의 사모펀드식 경영 실패가 불러온 구조적 파탄’이라고 규정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인수전...하렉스인포텍·스노마드의 그림자


실제로 홈플러스 매각전은 시장에서 ‘형식만 남은 경쟁’이라는 냉소를 사고 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는 모두 만성 적자 상태의 중소기업이다. 홈플러스 몸값은 청산가치만 3조6816억원, 전체 기업가치는 4조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하렉스인포텍의 지난해 매출은 3억원, 영업손실은 33억원이었다.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 역시 매출 116억원, 순손실 73억원, 누적 결손금 399억원으로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다.

하렉스인포텍은 결제 플랫폼 ‘유비페이(UBpay)’를 운영하는 AI 핀테크 기업으로 미국 투자자로부터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조달하겠다고 밝히며 LOI(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본다. 납입 보증서나 자금 증빙이 없는 상태에서 수조원대 외자 조달을 공언하는 것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노마드 역시 자본잠식은 면했지만 직원 수가 10명 남짓으로 장기적인 수익 기반이 불안정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 모두 홈플러스의 실질 인수를 위한 자금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동산 자산 실사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만 수조원대에 달하는 만큼 ‘인수 의향서 제출’ 자체가 실사를 위한 수단이라는 시각이다.

삼일PwC는 본입찰 제안서 접수를 이달 26일까지 열어두기로 했다. 하지만 유효 경쟁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홈플러스 매각 구조가 MBK파트너스 보유 지분 전량을 무상 소각하고, 신주 발행을 통해 제3자에게 넘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신규 자금이 홈플러스에 직접 유입돼야 부채 상환이 가능한 구조상, 대규모 현금 조달 능력이 없는 기업은 사실상 참여가 불가능하다.


“MBK의 책임은 어디로 갔나”...농협 거론에도 냉소적 시선


정치권 안팎에서는 농협의 인수 가능성을 다시 거론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훨씬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농협 내부 사정은 녹록지 않다.

농협경제지주는 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을 통해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으나 2022년부터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국감에서 “연간 800억원 적자가 나고 직원 200명을 구조조정했다”며 인수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매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이미 네 차례나 연장했다. 이번에도 공개입찰 절차를 고려해 한 차례 더 유예할 가능성이 높지만 업계는 이를 “시간벌기용 연명책”으로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복수 참여가 겉보기엔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 회생의 동력이 될 주체는 여전히 부재하다”며 “AI 플랫폼 전환이든 자산 리노베이션이든 결국 자금력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전국 420여개 점포를 운영하며 연매출 7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년째 이어진 영업적자와 자금난으로 공공요금 납부 지연, 연말 임금 체불 우려까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말 광화문에서 ‘홈플러스 청산 반대 108배 릴레이’를 열고 “청산은 2만명 해고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 호소했다.

결국 이번 매각전의 본질은 ‘누가 홈플러스를 살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시간을 더 벌 수 있는가’로 변질되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고배당·인력감축 중심의 사모펀드식 경영이 초래한 구조적 실패가 여전히 회생절차 곳곳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실질 인수자 부재 속에 형식만 남은 절차로 전락하고 있다”며 “법원 입장에서도 청산 결정을 내리기엔 부담이 크지만 회생 인가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 없어 이중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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