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기습 회생 신청·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로 책임론 확산
정치권·노동계 “대주주 책임 묻지 않으면 사태 반복” 공감대
국감 출석 여부, MBK와 사모펀드 전반 신뢰 회복 시험대 될 것

윤남웅 중앙이코노미뉴스 기자.
윤남웅 중앙이코노미뉴스 기자.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정치권과 금융·유통 업계의 시선이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올해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 MBK가 투자한 기업에서 잇따라 대형 사건이 불거지며 ‘대주주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국감에서 김 회장을 증인석에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김 회장이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동안 청문회 등 국회의 호출을 계속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회생 신청 이후 불거진 후폭풍


홈플러스는 MBK가 2015년 테스코로부터 인수한 뒤 줄곧 ‘먹튀’ 논란에 시달려왔다.

인수 직후부터 대규모 점포 매각과 구조조정을 이어가며 현금 회수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 3월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매출 규모만 봐도 여전히 업계 2위에 자리하던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자 소비자, 근로자, 협력업체 모두 충격에 빠졌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납품업체 대금 지급 지연, 임직원 고용 불안, 고객 신뢰 하락 등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금융감독원은 MBK가 신용등급 하락 전에 회생 신청을 준비했을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 법무법인 로백스는 김병주 회장과 홈플러스 경영진 등을 상대로 5579억원 규모의 사기·배임 혐의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하기도 했다.

고소장에는 회생 직전 이뤄진 자금 조달과 채권 유동화 과정에서 기만적 공시가 있었는지, 채권자에게 불이익을 전가했는지 등이 쟁점으로 담겼다.

김 회장과 MBK는 기업회생 신청 이후 5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으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홈플러스에 2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고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이를 “국감 앞두고 면피용으로 내놓은 카드”라고 평가절하한다. 특히 협력업체와 노조는 회생 신청으로 발생한 피해가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지적하며 대주주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구조적인 보완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롯데카드, 297만 명 개인정보 유출 파문


홈플러스 사태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롯데카드에서 역대급 해킹 사고가 터졌다. 지난 9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따르면 롯데카드에서 약 297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카드번호와 CVC 번호까지 포함된 결제 핵심 정보가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소비자 불안은 극에 달했다.

금융감독원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까지 긴급 대응에 나섰고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국감 최우선 안건으로 지정했다.

대주주인 MBK의 태도는 또다시 논란을 키웠다. MBK 윤종하 부회장은 국회에서 “보안 체계가 약간 미비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수백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상황에서 ‘약간’이라는 표현은 여론의 분노를 자극했다. MBK가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할 당시 5년간 1100억원 규모의 보안 투자 계획을 약속했는데 실제 집행 내역은 이보다 줄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롯데카드 사건은 단순한 해킹을 넘어 사모펀드 대주주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하는 제도적 과제를 남겼다.

MBK는 “개별 기업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해왔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상 대주주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반박한다. 대주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결국 신뢰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병주 회장, 국감 증인 출석 여부 ‘시험대’


이런 와중에도 김 회장은 이번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 3월 홈플러스 사태가 도마에 올랐을 때도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회 청문회 불참을 택했다. 국감 증인으로도 호출받았지만 출석할지 미지수다.

대주주의 책임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그는 국회 증언대가 아닌 비공식 석상에서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김병주 도서관’ 착공식에 참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권과 여론은 “국회 요구는 외면하면서 이미지 관리용 공개 행사는 찾는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국회는 김병주 회장을 국감 증인 명단에 포함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무위와 과방위 모두 그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앞선 청문회와 현안질의에 불출석한 전례 때문에 실제로 증언대에 설지는 미지수다. 여야 모두 “이제는 더 이상 불출석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강제할 방법은 제한적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병주 회장의 증언 여부는 단순한 출석 문제가 아니다. 사모펀드 대주주 책임론, 기업 회생 절차의 공정성, 금융사 보안 투자와 관리 책임,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 등 굵직한 쟁점이 한꺼번에 쏟아질 예정이다.

김 회장이 직접 나와 진솔하게 해명한다면 논란의 불씨를 일부라도 진화할 수 있지만 또다시 불출석으로 일관한다면 MBK 전체에 대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정치권은 이번만큼은 김 회장을 증언대에 세우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대주주의 책임을 묻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민들은 김병주 회장의 용기있고 성의있는 입장표명을 바라고 있다. 김 회장이 출석하지 않거나 성의 없는 해명에 그칠 경우 여론의 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도 가세해 “사모펀드식 먹튀 경영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국정감사 출석은 MBK뿐만 아니라 국내 사모펀드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관건은 김 회장의 태도다. 지금까지 그는 문제 발생 시 임원이나 부회장을 대신 내세워 대응해왔다. 이번에도 같은 행보를 택한다면 국회의 권위와 여론 모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직접 출석해 성실히 답변한다면 적어도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은 일정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김 회장의 선택에 따라 MBK의 향후 국내 투자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재 진행 중인 고려아연 지분 인수전, 네파·딜라이브 등 투자기업 관리 문제에도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국감 증언대는 단순한 ‘출석’이 아니라 MBK와 김병주 회장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책임과 신뢰의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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