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홈플러스·롯데카드 책임 논란 집중되자…MBK, 고려아연 지분 1만8000주 추가 매입
YPC 버리고 MYG로 전환한 SPC 전략…의결권 제한 피하며 내년 주총 대비 관측
사모펀드식 단기 차익 구조가 국가핵심기술 기업에 적용될 경우 공익 침해 우려 확산

(왼쪽부터) MBK 김병주 회장, 김광일 부회장. [그래픽=윤남웅 기자] 
(왼쪽부터) MBK 김병주 회장, 김광일 부회장. [그래픽=윤남웅 기자]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국정감사에서 ‘약탈 자본’이라는 비판을 정면으로 맞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을 조용히 추가 매입하며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모양새다.

고려아연은 최근 MBK–영풍 연합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경영권 압박이 한층 심화된 상황이다. MBK는 10월 22일부터 29일까지 장내에서 약 206억원을 들여 주식 1만8000주를 추가 매수했고 자사주 소각 효과까지 반영되면서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은 44.24%까지 상승했다. 반면 최윤범 회장 측은 3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에도 MBK의 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번 대상은 국가핵심기술 기업이라는 점에서 훨씬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국감서 홈플러스·롯데카드 질타… 그 와중에 MBK는 고려아연 지분 매집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MBK를 향한 비판이 세 차례나 집중됐다. 정무위·과방위·환노위 의원들은 홈플러스 회생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MBK의 차입매수(LBO) 구조와 자산유동화·전단채 발행 방식 등을 지목했다. 대규모 차입 부담을 떠안긴 채 기업을 쥐어짜는 MBK의 인수 방식이 홈플러스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는 비판이다.

국감에서는 “롯데카드가 회수하지 못한 금액만 793억원”이라는 사실까지 공개됐다. 여야 의원들은 “카드사가 사실상 MBK의 외부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며 “소비자·가맹점이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고 질타했다.

롯데카드 해킹 사태 역시 MBK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신용공여가 배경으로 언급되며 구조적 문제와 연결됐다.

시민단체들도 연이어 목소리를 냈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성명을 통해 “은행·기업을 사모펀드에 넘기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론스타 사태와 MBK의 홈플러스 경영 실패를 나란히 거론했다.

이들은 “사모펀드의 진짜 목적은 기업 성장이나 고용이 아니라 단기 투자금 회수”라고 비판하며 “악랄한 약탈”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정치권의 경고도 거세졌다. 국회 을지로위원회는 김병주 MBK 회장이 최근 연차총회에서 강조한 ‘책임투자’ 발언을 두고 “무책임의 정도를 넘어 국민을 조롱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허영 의원 역시 “국내 2위 유통기업 홈플러스가 MBK 인수 이후 사실상 청산 위기에 몰렸다”며 “검찰·금융당국의 조사가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로 그 시점, MBK는 고려아연 지분을 조용히 사들였다. 재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에서 수십만 명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MBK는 다음 회사만 보고 있었다”며 “국민기업 수준의 자원·전략기술 기업에까지 손을 뻗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YPC 버리고 MYG 세운 ‘SPC 갈아타기’… 규제 피한 의결권 방어 전략?


MBK–영풍 연합의 ‘SPC 전술’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526만여 주를 보유한 자회사 YPC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순환출자·지배구조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자 최근 YPC를 새로운 SPC ‘MYG’로 흡수합병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YPC는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을 현물출자해 만든 지배구조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해당 법인 설립 과정과 지분 운영 실태를 조사하면서 내년 주총에서 의결권 제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법적 리스크가 커진 YPC를 버리고 새로운 MYG로 갈아타 의결권을 유지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법적으로 제재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의결권 제한 규정의 기준시점·SPC의 이력 연속성 해석 등에 따라 MBK–영풍 측이 유리한 해석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이들은 자사주 소각 타이밍에 맞춰 지분을 매집하며 40% 중반까지 끌어올렸고, 내년 3월 주총에서 이사회 구성에 실질적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실제 운영 15명 중 최윤범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4명의 구도다. 내년 3월에는 최윤범 회장과 정태웅 대표 등 최윤범 측 인사 5명, 장형진 영풍 고문 1명 등 총 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지만 단번에 과반 교체는 어렵다”며 “3월 주총은 결판이 아니라 3라운드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홈플러스에서 이미 드러난 MBK식 경영 방식이 기술·자원 기업에 적용될 경우 국가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사모펀드는 구조적으로 단기 이익 실현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이는 비철·전구체·희소금속 등 고려아연의 국가적 역할과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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