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순익 전년보다 감소 속…삼성생명·신한라이프 순항
순익 향상 공통점 '제3보험, 장기보장성 상품' 판매 경쟁력↑
손익평가 CSM기준·예실차 둘러싼 논쟁 격화…건전성 우려
![올해로 보험업계에 '새 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된 지 3년째 접어들었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보였던 보험사들이 올해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 보험사들의 순익이 유난히 돋보이면서 계약마진(CSM)상각률에 대한 이슈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joongangenews.com/news/photo/202506/428915_229385_1539.jpg)
[중앙이코노미뉴스 문혜원] 올해로 보험업계에 새 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된 지 3년째 접어들었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보였던 보험사들이 올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 보험사들의 순익이 유난히 돋보이면서 보험계약마진(CSM) 상각률에 대한 이슈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IFRS17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손질 중이지만,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변곡점을 맞은 보험사들은 저축성 상품은 줄이고 회계상 이익이 되는 보장성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갈아 엎는 등 단기 실적주의가 이미 팽배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본지는 창간기획을 통해 IFRS17 도입 관련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되짚어보고,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어떤 과제가 남아있는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보험업계 '총성 없는 전쟁'…CSM 대거 확보한 쪽이 유리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보험사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삼성생명, 신한라이프,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일부 대형보험사들은 예외였다. 이들 보험사들은 CSM 확대 면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먼저, 신한라이프는 업계 '빅3(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보험사들을 제치고, 1분기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이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 중이다.
신한라이프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4.9%증가한 1656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2위인 한화생명 순익을 뒤집으면서 업계 3위로 부상해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한화생명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7% 감소한 2957억원에 그쳤다.
신한라이프는 유가증권 평가손익 증가 등 투자손익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향상됐다. 투자손익은 41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기록인 222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보험손익의 경우 18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분기(2003억원)와 비교했을 때 5.6% 감소했다.
신한라이프는 수익 구조를 평가하는 지표인 CSM 확보 면에서도 순항 중이다. 3월말 기준 7조42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의 증가했다. CSM은 보험사가 보험 계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 수익을 나타낸다.
국내 생보사 1위 삼성생명도 CSM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IFRS17 회계기준 도입 후 1강 구도가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 1분기 말 삼성생명의 보유계약 CSM은 13조3090억원으로 직전분기 말 대비 4070억원(3.2%)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보유계약 CSM은 8조8660억원으로 2430억원(2.7%) 감소했으며, 교보생명의 보유계약 CSM은 6조4380억원에서 6조1980억원으로 2400억원(3.7%) 줄었다.
신한라이프와 삼성생명이 타 보험사 대비 선전한 이유는 제3보험으로 시장을 넓혔기 때문이다. 제3보험 초회보험료는 1분기 기준 삼성생명은 308억원으로 한화생명(23억원), 교보생명(20억원) 대비 압도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손해보험업계 중에선 KB손해보험이 타 손보사와 달리 유일하게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KB손보는 1분기 순이익 3135억원으로 전년 동기(2898억원) 대비 8.2% 증가했다. KB손보 또한 보험손익이 28.5% 감소했지만, 투자손익이 441.2% 급증하며 타사와 달리 순익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나머지 손보업계 규모 1위인 삼성화재의 순이익은 6090억원, 메리츠화재는 순이익은 4625억원을 기록해 DB손해보험(4470억원)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다만, 손해보험사는 생명보험사와 달리 이익을 창출하는 경로가 다르다. 생보사들은 보험손익이 늘고 투자손익이 줄어든 반면, 손해보험사는 투자손익이 늘고 보험손익은 감소했다.
손보사들도 CSM에 영향을 미치는 건강보험 등 장기보험 상품군을 늘리고 있지만, 생보사에 비해 순익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5개 대형 손보사의 3월 말 기준 CSM잔액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화재는 14조3330억원, DB손보는 12조8000억원, 메리츠화재는 11조1671억원, 현대해상이 9조1078억원, KB손보이 8조925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익평가 CSM상각기준 논란 속...제각각 예실차 문제 부각
IFRS17 도입 이후 실적이 급격히 상승한 보험사들은 미래의 수익지표인 CSM기준으로 인해 '실적 부풀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CSM이 보험사의 미래 기대이익 지표로 통용됐기 때문이다.
'IFRS17 도입에 따른 이익 인식 변화'는 금융당국의 제도적 개선 요구로도 이어져 보험사들과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당국은 초기 높은 상각률을 이용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험료 납입 기간이 짧고 보장 기간이 긴 상품에 대한 판매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보험사들은 상품 계약구조가 보험사마다 달라 CSM 상각률 기준도 제각각이라 무조건 수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통상 보험사는 향후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우선 부채로 인식한 후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이를 이익으로 인식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손해율 등을 회사별로 가정할 수 있다 보니 보험사마다 재무적 판단에 의한 실적을 부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전문가들도 보험사들의 수익상승 원인은 구조적 개선이라기보다 신 회계제도로 인한 기저효과와 금리 하락이 만든 '착시'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같은 CSM상각기준에 대한 논란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더욱 극심해졌다. 최근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일부 보험사들을 겨냥한 듯한 예상손해율 추정에 대한 발언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간 실적손해율은 유사한데 예상손해율 추세는 완전히 반대인 경우가 확인된다"며 "보험사 중 이런 비합리적 추정을 통해 이익은 당기에 실현하고 손실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고 있다"고 발언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그는 "예실차가 각 회사별로 얼마가 되는지를 보면 그 회사가 가정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쓰는지, 얼마나 공격적으로 쓰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며 "메리츠는 예정 대비 실제 손해율이 90% 밖에 안될 정도로 굉장히 보수적으로 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회장의 연이은 발언으로 인해 보험업계에선 손해율 가정의 낙관론과 보수론으로 의견이 엇갈려 계리적 가정을 둘러싼 논쟁은 격화됐다.
여기에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이 올 1분기에 손해율을 예상보다 낮게 가정한 탓에 실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각에선, 보험사별 장기예상손해율 가정이 제각각인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보험에 대한 낙관적인 손해율 예측이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실적을 부각시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논란의 요지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보험금, 사업비 등으로 자금이 빠저나갈 것으로 추정한 값(예상손해율)과 실제로 발생한 현금 유출(실질손해율)의 차이를 말한다. 예상손해율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면 CSM이 감소하고 반대의 경우 CSM이 늘어나 순이익도 증가하는 구조다.
이처럼 보험사 간 '예상손해율'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정건전성 지표를 뜻하는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경과조치 적용 후 보험사 킥스비율은 197.9%로 약 23년 만에 200% 아래로 하락했다. 생보사는 190.7%, 손보사는 207.6%를 기록했다.
현재 기준금리 인하 등 대내외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하반기에는 보험사들의 높은 실적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는 지난해 결산 시 재무상황 변동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많게는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며 "보험업계의 자의적이고 낙관적 계리가정이 지속되면 미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인데, 이는 향후 보험사 재무안정성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신 회계제도 도입 이후 CSM상각기준을 둘러싼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예상손해율 산정에 대한 근거를 요구해 현황 파악에 나섰으며, 올해 초에는 보험사가 금리연동형 보험상품 공시이율 예실차 효과를 전부 '당기손익'(PL)로 처리해선 안 된다는 회계적 판단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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