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수요 줄고, 신 시장 개척하려다 손해율 관측 부정적
생보사와 손보사, 손해율측정 데이터 차이 배경 존재 뚜렷 
저금리 여파에 건전성비율 급하락...금융당국 킥스규제 도입
보험사 자본성증권 잇단 발행…"거버넌스·ALM관리" 필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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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이코노미뉴스 문혜원] 올해로 보험업계에 새 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된 지 3년째 접어들었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보였던 보험사들이 올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 보험사들의 순익이 유난히 돋보이면서 보험계약마진(CSM) 상각률에 대한 이슈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IFRS17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손질 중이지만,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변곡점을 맞은 보험사들은 저축성 상품은 줄이고 회계상 이익이 되는 보장성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갈아 엎는 등 단기 실적주의가 이미 팽배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본지는 창간기획을 통해 IFRS17 도입 관련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되짚어보고,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어떤 과제가 남아있는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생보사 제3보험 시장 공략...장기 경쟁력면에선 "글쎄"


보험사들이 IFRS17 체제 하에서 새 수익모델로 '제3보험'을 낙점한 가운데, 향후 5년 뒤에는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손해율과 장기 건전성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감독당국의 보험계약마진(CSM) 제도 손질이 보태지면서 보험사들의 실적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새 회계제도로 덕을 봤던 생보사들이 상대적으로 손보사들보다 건전성 변동성이 클 것이란 예상이다. 

생보사들은 2023년 하반기부터 손해보험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제3보험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손보사들의 손해율법 사용을 추진하는 위험요율 산출 방식 변경을 검토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통상 생보사는 발생률법에 근거해 경험통계를 작성해왔는데, 손보사의 '상해·사망보험' 등도 근거로 하는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경험생명표'를 새로 적용한 것이다. 보험사의 보험료 산정에 쓰이는 '경험생명표'는 일반적으로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산업의 평균 사망률·위험률을 정리한 통계로, 5년마다 개정된다. 

생보사는 보험사고의 심도를 반영하지 않고 발생건수에만 근거해 통계를 집적하는 방식을 사용, 보유계약 대비 사고 발생건수로 위험요율을 산출한다.

반면, 손해보험 상품은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보상한다. 이에 실제 손해액에 대한 통계 데이터를 집적하는 게 중요하다. 손해액이 크다면 향후 비슷한 상품 개발시 적용되는 위험요율이 높아지고 보험료도 높게 책정된다. 손해액이 적다면 유사한 상품 개발시 낮은 위험요율이 적용되면서 보험료는 낮아진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2023년 보험개발원으로부터 손해보험사들의 경험통계 공유를 건의했으나 보험개발원이 손보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후 생보사들은 자체 요율 계산 등을 통해 손보사에 준하는 수준의 보험료를 갖춰가는 형태로 산정요율을 정해 상품 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생보사는 2024년 초 단기납종신보험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종신보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결국 제3보험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현재 보험업계 전반에 상품판매 기조가 바뀌어 갔다. 생보사들은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에 건강보험 담보를 탑재해 신상품 형태로 출시했다. 

예를 들어, 암·뇌질환·허혈성심장질환 등 주요 3대 질환 치료비 보장에 건강보험 상품 구조를 탑재해 저렴한 보험료와 높은 보장한도를 강조한 형태로 판매했다. 일례로 암 진단비의 경우 최대 2억원, 뇌·허혈성심장질환 진단비는 각각 최대 5000만원씩 보장하고 주요치료비도 각각 최대 3000만원까지 보장하는 형태다. 

또 일반·간편보험의 보장 한도가 동일하다는 것과 일부 경증질환으로 인한 입원·수술 이력이 있어도 별도 서류 제출 없이 인수가 가능한 부분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최근에는 항암방사선 치료를 보장하는 건강보험 상품 일부에 중입자 암치료 담보를 포함시키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은 지난 3월 업계최초로 중입자치료보장 상품을 선보였다. 기존 방사선치료와 함께 각각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하고, 해외에서 중입자치료를 받을 경우에도 동일한 보장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손보사들도 생보사 상품경쟁력에 뒤질라 메리츠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흥국화재, 한화손보 등이 연이어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 특약' 신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제3보험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인한 상해를 당했을 경우, 또는 질병이나 상해가 원인이 돼 간병이 필요한 상태를 보장하는 보험을 말한다. 생보나 손보 가운데 어느 한 영역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보험업법에서는 양 업계 모두 제3보험 상품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보험업계 내에서는 생보업계는 자동차, 재물 등 물건을 담보로 하는 손보사 상품과 달리 사람을 담보로 하는 상품을 판매한 탓에 자사손해율 측정차이가 있고, 장기 재무건전성 경영적인 측면에서 손보사와 큰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생보사는 손보사와 달리 유연한 위험률 산출과 다양한 상품개발에 한계가 있다"면서 "생보사는 보험 사고의 심도보다 발생 건수에 근거해 통계를 집적하기 때문에 유연한 위험률 산출과 다양한 상품개발에 한계가 있고, 손해보험사는 담보 단위로 통계를 집적, 보험료 산정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위험률을 효율적으로 확보해 상품 개발 시 기술 적용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생보사들이 제3보험 신 시장 개척을 위해 무리하게 손보사들과 상품 경쟁을 시도하다가, 결국 보험사의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최근 몇 년간 사람 생명통계치 관련 손해율법 요구에 따른 종신보험에 주력했던 배경이 고착화 된 탓에 갑자기 손보사 손해율법을 사용한 요율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손보사 대비 개별 위험률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지 못해 향후 5년 후에는 손해율 폭등 및 가격 경쟁력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금리에 보험사 킥스 지표 '급락'...ALM관리 발등의 불


최근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국내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재무 건전성 지표는 K-ICS비율이 대표적이다. 킥스비율이 급락하면 정상적인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뜻이다. 

킥스 제도는 시가평가를 기반으로 한 보험 건전성 규제로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현재 킥스 비율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합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통상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과 부채의 평가가격이 올라간다. 생보사는 특히 장기보장성 위주의 보험상품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 기간을 뜻하는 '부채 듀레이션'이 길 수 밖에 없어 부채가 자산 증가 속도보다 빨라진다. 부채가 늘면 순자산 감소로 자본이 감소, 자본 감소는 킥스 비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2025년 3월 말 기준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과조치 적용 후 보험회사의 킥스는 197.9%로, 전 분기 말(206.7%) 대비 8.7%p 하락했다.

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사는 190.7.%로 전 분기 말 대비 12.7%p 내렸고, 손해보험사는 207.6%로 3.4%p 낮아졌다.

회사별로 보면 생명보험사에선 삼성생명이 기존보다 33.95%포인트나 급감했다. 나머지 한화생명(9.7%p), 교보생명(33.9%p), 신한라이프(16.5%p), 농협생명(6.6%p) 등 대형사 모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삼성생명 킥스비율은 177.2%, 한화생명 154.1%, 교보생명 186.8%, 신한라이프 189.3%, 농협생명 431.1%였다.

손해보험사 중에선 롯데손보(119.9%)와 캐롯손보(68.6%), 가교보험사 설립이 결정된 MG손보(-18.2%) 등 3곳이 킥스 감독 기준인 130%에 미달했다.

지급여력비율 악화는 단기 수익성을 우선해 판매한 장기 보장성보험의 보험금 청구 건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장해·질병위험액이 3조원 증가했다. 여기에 자산부채관리(ALM) 미스매칭 확대로 금리위험액이 1조7000억원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요구자본은 1분기 말 경과조치 후 기준 126조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5조9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용자본은 249조3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조3000억 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보험사 킥스비율 급락 원인에 대해 "금리 하락과 할인율 현실화에도 당기순이익 시현과 자본증권 신규 발행 등으로 가용자본이 소폭 증가했다"면서도 "장기보장성 보험 판매에 따른 장해·질병위험액 증가(약 3조 원) 및 ALM(자산·부채관리) 미스매칭 확대 등에 따른 금리위험액 증가(약 1조7000억) 등 요구자본이 더 증가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사들에게 △부채평가 할인율 현실화 △시장금리 하락 △환율·주가 변동성 확대 등에 따라 자본 적정성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 킥스제도 규제 시동...보험사 자본확충 어려움 증대 


현재 보험사들은 잇달아 대규모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기준금리 하락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등 규제 영향으로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예탁결제원 통계를 보면 보험사가 올해 발행한 자본성증권은 5조225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8조6550억원) 전체 발행액의 60%를 넘어섰다.

일례로, 동양생명은 5억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외화채권을 발행했다. 한화생명도 10억달러(약 1조365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의결했다. 

지난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 표면이자는 평균 5.6%였다. 신규 자본성증권 발행에 대한 이자만 연 4850억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올해 발행한 자본성증권의 표면이자는 4.7%로 낮아졌지만 발행액 자체가 크게 늘어 보험사의 이자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자본성 증권 발행은 8조7000억원으로 전년 3조2000억원 대비 증가 폭을 보였다. 올해도 이런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부채관리 관련 장기 이익잉여금을 쌓는 것과 유상증자 등의 실질적인 자본 확충을 앞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당국이 '보험업권 건전성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본격적인 기본자본 감독 방향을 검토했다.  

아울러 당국은 보험사의 건전성 규제 기준을 새 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에 맞춰 대폭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지급여력비율 권고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하향하고, 보험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비상위험준비금 환입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1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감독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의결했다. 

이에 보험업계의 자본관리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의 양을 늘릴 수 있었지만, 기본자본 K-ICS비율 관련 규제가 도입되면서 더 이상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자본으로 K-ICS 비율을 책정하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은 제외하고 산정해야 한다"라며 "앞으로는 유상증자나 이익잉여금 등의 기본자본을 늘려야 해 자본 확충의 어려움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험사들은 보장성 출혈경쟁 멈추고 킥스비율을 조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며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이나 가용자본 확충, 요구자본 축소 노력 뿐만 아니라 공동재보험 활용, ALM관리 강화를 통한 금리위험액과 자본변동성 축소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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