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자본확충·저축성보험 축소 등 건전성관리 총력 
금리인하 장기화…당국, 보험부채 평가 규제 모색 돌입
보험산업 불황의 늪 우려 …장기적 관점 개선방안들 나와
단기성과 중심 영업관행 없애고 긴호흡 경영 필요성 등 제시

최근 보험업계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CSM' 확보통한 단기성과 중심으로 상품을 팔다가, 재무건전성 훼손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속된 금리 인하 원인도 더해지면서 보험사들은 더욱 건전성 지표관리 관련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보험업계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CSM' 확보통한 단기성과 중심으로 상품을 팔다가, 재무건전성 훼손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속된 금리 인하 원인도 더해지면서 보험사들은 더욱 건전성 지표관리 관련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이코노미뉴스 문혜원] 올해로 보험업계에 새 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된 지 3년째 접어들었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보였던 보험사들이 올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 보험사들의 순익이 유난히 돋보이면서 보험계약마진(CSM) 상각률에 대한 이슈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IFRS17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손질 중이지만,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변곡점을 맞은 보험사들은 저축성 상품은 줄이고 회계상 이익이 되는 보장성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갈아 엎는 등 단기 실적주의가 이미 팽배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본지는 창간기획을 통해 IFRS17 도입 관련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되짚어보고,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어떤 과제가 남아있는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보험사 건전성관리 '빨간불'...저축성보험 축소 기조


최근 보험업계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를 위한 단기성과 위주 상품을 팔다가, 재무건전성 훼손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속된 금리 인하 기조도 더해지면서 건전성 지표관리 관련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현재 대형 생명·손해보험사들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를 위한 자본건전성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대표적으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확충을 통해 킥스 비율을 맞추고 있다. 

일례로, 한화생명은 최근 10억달러(약 1조3638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조건을 확정했다.

생명보험사 중 1위인 삼성생명은 아직 자본성 증권 발행 검토는 없지만, 지난 실적발표에서 "자본성증권 발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생명은 "자본성증권 발행과 공동재보험 가입을 통해 발생할 각각의 비용을 비교하는 등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자본확충 검토 외에도 주력했던 장기보장성 상품 관련 판매를 축소하거나 한도를 줄이는 식의 방법도 검토 중이다. 

먼저, 대형 손보사들은 연금보험을 비롯한 저축성보험 판매를 축소 중이다. 저축성보험과 연금저축보험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판매를 위한 마케팅을 줄이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목돈을 마련하거나 노후생활 자금을 모으기 위한 보험이다.

또 일부 보험사는 반대로 저축성보험 확대를 통해 유입 자금을 일반계정에 편입시켜 킥스 자본을 방어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만기 시 확정금리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킥스 기준으로는 장기 부채로 인식된다.

생명보험사 중에선 최근 '치아보험 한도'를 축소한다는 내용의 GA현장 소식지 통해 나오기도 했다. 해당 소식지에선 "임플란트 합산 150만→100만", "치조골 보장 50만→30만" 이라는 문구를 통해 '보장한도 축소'란 용어를 사용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의 이런 건전성 관리는 오히려 지급여력비율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보사들의 저축성보험 축소가 향후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노후 소득이 커지는 추세 속 연금이나 저축성보험도 균형감 있게 판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금감원이  지난달 발표한 1분기 기준 보험사 K-ICS 비율은 197.9%로 전 분기 말(206.7%) 대비 8.7%포인트(p) 하락해 200% 아래로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그간 보험사의 건전성에 금이 간 배경은 지나친 장기 보장성 상품쏠림과 판매경쟁을 꼽았다. 특히 시장금리 하락 흐름이 지속되면서 보험사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시장에선 할인율 현실화 효과가 중첩될 경우 건전성 지표가 추가로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이에 "자산 듀레이션 확대뿐만 아니라 부채 듀레이션 축소 노력도 필요하다"며 장기 부채 구조를 줄이기 위한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전략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당국은 보험부채 평가 할인율 현실화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의 ALM 강화 규제 도입도 논의됐다. 보험사에 허용되는 듀레이션(금리 변동시 자산·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는 민감도 지표) 갭(차이) 범위를 감독규정에서 정하고, 이에 대한 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를테면, 킥스 제도나 경영실태평가상 ALM 평가항목을 도입·강화하는 방안 등이다. 이와 함께 보험사들의 ALM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규제 완화 사항에 대한 의견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K-ICS 감독 기준을 현행 150%에서 130%로 낮춘 바 있다. 자본의 질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감독기준을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보험사들은 이렇게 되면,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의 기능은 축소 될 우려를 제기했다. 킥스 제도는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 제도를 대체하는 새 건전성 규제로, 자본의 질과 구조를 더욱 엄격히 따진다.

보험사들은 건전성 지표를 맞추려면 자본 확충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자본 중심의 지급여력(K-ICSㆍ킥스) 제도 도입이 되면, 유상증자나 실적 개선 외에는 마땅한 '카드'가 없어서다. 일부 대형사는 이미 기본자본 킥스 비율 50~150% 수준을 유지 중이나, 중소형사는 유상증자 외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금리 인하에 대비해 장기채 매입 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결국 자본금이나 이익잉여금 등 기본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사실상 유상증자를 의미하고 주가 희석 우려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위기의 보험산업...'금융소비자 관점'으로 다시 살펴야


이처럼 보험산업은 신 회계제도(IFRS17)로 인한 변화 및 금리 인하 등 다양한 상황 속 불황의 그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은 다양한 금융 업종 중에서도 소비자와의  계약상품이 주를 이뤘던 탓에 이런 굵직한 회계이슈 및 경기상황 등으로 인한 여파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금융업이니 만큼 소비자와의 신뢰에 입각해 단기적 수익에 치우친 영업관행을 개선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진들의 운영방향, 판매채널 등 다양한 전략적인 수립이 필요하다는 제언들이 나왔다.

먼저, 보험사의 장기 비전 경영을 위해 CEO 등 경영진의 재임 기간을 길게 늘리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통상 국내 보험사 CEO들은 재임기간이 짧아 회사의 장기 수익성과 기업가치보다는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보험사들의 경우 최고 경영진이 장기적 비전을 갖고 경영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한다.

실제로 한국금융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영진의 재임 기간이 짧거나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임기 중에 보이는 매출 실적에만 쏠리는 경영 전략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경영진 임기를 늘리는 방안이 제안됐다. 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2010~2021년 국내 보험사 CEO의 임기는 평균 50개월이다. 생보사의 대표이사·사장은 평균 48.9개월의 재임기간을 보유했으며, 손보사는 50.3개월로 그보다 다소 길었다.

보고서는 또 CEO의 임기를 단기·중기·장기로 구분해 임기별로 경영성과에 차이가 있는 지 분석했다. 그 결과, CEO의 재직 연수가 증가할수록 총자산수익률(ROA)과 자기자본수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가 높아졌다.

지급여력(RBC)비율 등 건전성 지표도 CEO 재임기간과 양(+)의 유의한 관계를 나타낸 반면, 단기성과주의 행위 지표인 성장성 및 불완전판매 비율의 경우 CEO 재임기간과 음(-)의 관계를 보였다.

손보사의 경우, 사외이사의 임기와 수익성 및 기업가치 사이에 유의미한 음(-)의 관계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사외이사 선임시 전문성 및 독립성을 보유한 인물보다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와 개인적 연고 등이 있는 인물로 선임해 경영행위를 제대로 감시·견제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위원들은 "국내 보험사의 CEO 임기가 늘어날수록 수익성, 기업가치 및 재무 건전성 지표가 향상되고 단기 성과 추구 행위는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경영진이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임 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 및 일각에서는 보험업계 전반 GA 등 판매 채널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방치하는 등 단기실적 만능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을 언급하며,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거나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있으므로 소비자 관점에서 다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회계제도 도입과 별개로 보험사들은 그간 보험약관의 용어를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항상 보험금 지급 분쟁이 일어나, 이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보험가입자가 보험사들의 신뢰 정도를 한눈에 인지할 수 있도록 보험사 소비자만족도 라는 이름의 공시를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보험 상품 리스크를 고려한 계약 구조 혁신의 필요성도 강조한 의견도 제시됐다. 상품개발단계부터 수익성, 건전성을 깊이 있게 검토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이해가 보험사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산업의 모든 성장의 기틀은 소비자를 통해 연결하는 판매채널에 준해야 할 것"이라며 "IFRS17 도입 후 산업에 대한 상황 변화는 그 다음이다. 보험사들은 소비자 중심 하에 신회계제도 환경을 고려해 건전성 관점에서 보험 상품 구조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예를 들어, 실손보장 담보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손해보험과 유사하게 단기계약으로 보장 담보를 재설정할 수 있도록 해 보험회사의 물량 주도 성장과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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