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와 7년 동안 이어오던 풋옵션 분쟁 해결 국면
SBI저축은행 인수 확보로 종합금융그룹 도약 본격화
본업서 건강보험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신성장 동력 발굴
'보험업법 3%룰'·금융당국 승인·승계작업 등 걸림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숙원인 '금융지주사 전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지속돼 왔던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풋옵션 분쟁이 사실상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종합금융그룹 도약에 청신호가 켜졌다. [사진=교보생명 편집]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숙원인 '금융지주사 전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지속돼 왔던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풋옵션 분쟁이 사실상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종합금융그룹 도약에 청신호가 켜졌다. [사진=교보생명 편집]

[중앙이코노미뉴스 문혜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숙원인 '금융지주사 전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지속돼 왔던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풋옵션 분쟁이 사실상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종합금융그룹 도약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교보생명은 SBI그룹과 손잡고 SBI저축은행 지분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한 손해보험사 인수 가능성도 점쳐진다. 

본업인 생명보험 시장 내에선 차별화된 담보 탑재와 보장분석 연계로 건강보험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7년간 풋옵션 분쟁 "폭싹 속았수다"...'금융지주' 향한 꿈 한 발짝


"여러분들 폭싹 속았수다" 

지난 5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FC(설계사) 대상 시상식에 참여해 남긴 말이다. 이는 2005년 관련 행사 시작 이래 신 회장이 직접 참여해 7년 만에 격려에 나서 뜻 깊은 자리로 기억되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제목으로 잘 알려졌지만, 그 뜻은 제주도 말로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드라마 인기로 이 말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신 회장이 언급해 더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신 회장이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 제목을 빌어 고생한 FC들에게 한 말이지만 이는 마치 신 회장 스스로에게도 위로의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7년 간 갈등을 겪었던 FI와의 풋옵션 분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에 신 회장은 '경영 주도권'을 찾은 모습이다. 최근에는 오랜 인연이 있던 SBI그룹과 동맹을 맺으면서 숙원이었던 '금융지주사'에 한 발짝 다가섰다.

교보생명은 오너일가 보험회사 중 유일하게 신창재 회장이 25년 동안 직접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의대 교수로 지내다가 아버지인 고 신용호 교보생명 명예회장의 부름으로 1993년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경영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신 회장은 대대적인 경영혁신에 착수한 기업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후폭풍으로 생겨난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극복하고자 외형 경쟁을 중단시키고 고객중심, 이익중심의 경영효율성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생명보험업에 맞는 중장기 보장성 보험 위주로 마케팅 전략도 바꾸었다. 이처럼 고객 중심의 보험상품 생산에 집중한 결과, 그간 적자에 시달렸던 순이익 판도를 바꿔 현재는 연 6000억~7000억원 규모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견실한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신용평가사들도 신 회장의 이런 성과를 인정하고 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로부터 A+(안정적) 등급을 13년째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회사의 안정적인 재무 구조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여준다.

신 회장은 글로벌 보험산업에서도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2023년 세계보험협회(IIS)로부터 보험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을 수상했다. 이는 1996년 수상자인 신용호 창립자에 이은 수상으로 부자(父子) 기업인이 나란히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세계 첫 사례다. 2024년에는 제네바 ILO 본부에서 열린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윤리경영 실천으로 '글로벌 윤리경영과 이해관계자중심 경영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2000년부터 회장 재취임과 동시에 지주사 전환과 그룹 외형 확장을 위한 장기 구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금융지주사 전환은 보험산업의 저성장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교보생명의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5년부터 지주사 전환을 검토해 왔고, 2023년 2월 정기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보고하며 계획을 공식화 했다. 

교보생명은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증권 △교보자산신탁 △교보악사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지주사 전환을 위해 △손해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등 추가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오랜 인연이 있던 SBI그룹과 지난 4월 동맹을 맺었다. SBI그룹은 2007년 교보생명 지분 4.9%를 매입한 계기로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2년 뒤인 2009년 외국계 기관투자자에 매각했다. 2019년에는 교보생명과 SBI그룹 계열사인 SBI홀딩스가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5월 28일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오는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이사회를 통해 결의했다. SBI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일본 종합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로, 현재 자사주 14.77%를 제외한 85.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4조289억원, 자본총계 1조8995억원, 거래 고객 172만명을 보유한 업계 1위다. 2023년과 2024년 경기 침체 속에서도 891억원, 8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산 전인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3000억원대 순익을 거뒀다.

교보생명의 이번 저축은행 지분 인수 추진은 추후 손해보험사 인수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는 AXA(악사)손해보험이 꼽힌다. 악사손보는 과거 교보생명의 자회사이기도 했다. 이러한 인연 때문인지 교보생명은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악사손보 지분 재인수를 검토한 적도 있다. 

악사손보는 프랑스 악사그룹의 한국법인으로, 전신은 2000년 설립된 한국자동차보험이다. 교보생명은 2001년 이 회사를 인수해 사명을 교보자동차보험으로 바꾸고 국내 최초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2007년 악사그룹에 지분 전량을 매각하며 완전히 손을 뗐다.

교보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교보증권과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등을 보유하게 된다. 손해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보험 포트폴리오는 완성하게 된다. 


신 건강보험 시장 공략 통해 외형확장 박차


올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던진 경영 화두는 '고객 가치 중심의 비즈니스 혁신'이다. 

신 회장은 고객 중심 하에 장기 보장성 보험을 꾸준히 마케팅 전략을 내세운 만큼 '제3보험' 건강보험 시장을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외형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 통해 건강보험에 주력할 부서를 신설했다. 경영상품마케팅실 산하에 별도의 건강보험상품 담당 부서인 건강보험사업부를 새로 만들고, 건강보험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포트폴리오 개편은 가족·건강보장상품에 집중돼 있다. 균형 잡힌 고객 보장을 돕기 위해 통합암보험, 뇌·심장보험, 치매·간병보험, 맞춤형 종합건강보험, 3대질환 종신보험 등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일반 건강보험은 물론 유병자 보험까지 경쟁력을 확보해 고객 저변 확대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신상품군으로는 2024년 4월 출시한 '교보마이플랜건강보험', 유병자 대상 '교보간편마이플랜건강보험'과 '교보간편평생건강보험', '교보간병평생보장보험', '교보치매·간병안심보험' 등 신상품 10개가 있다. 

특히 '교보마이플랜건강보험'은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상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해당 보험은 가구를 직접 조립하듯 원하는 보장을 맞춤 설계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상품이다. 사망을 비롯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일반적질병(GI) 등 각종 질병을 보장한다.

이밖에도 3대 질환 보장 플랜 중 통합암진단특약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해당 상품의 특징은 원발암과 전이암 구분 없이 최대 11회까지 암 진단을 반복 보장한다. 암과 뇌·심장질환 주요치료의 경우도 특약 통해 최대 10년간 반복 보장도 된다. 주요3대질환입원간병인사용 등 고객 선호도가 높은 특약 보장도 확대했다.

최근에는 신 치료기술인 항암중입자방사선 담보를 추가하는 등 차별화된 담보 탑재와 보장분석 연계로 건강보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특약'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상품이다. 교보생명에서 내놓은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특약은 암 진단을 받은 고객이 항암 중입자 방사선 치료를 받을 경우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했다.

이처럼 보장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대는 매출증대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올해 1분기 1631억원의 보험손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1398억원 대비 16.6%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의 신계약 CSM(계약서비스마진)은 보장성보험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2573억원을 거뒀으며, 올 1분기 말 기준 누적 CSM은 6조197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교보생명은 별도기준 69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6322억원에 비해 10.5% 증가한 규모다.


금융당국 승인 허들, 보험업법 룰 등 넘어야 할 산 과제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은 있다. 먼저, 금융당국의 승인여부다. 특히 대주주 적격성 심사 허들을 넘는 작업이 간단치 않다. 

상호저축은행법 제10조의 6에 따라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는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받아야한다. 이 과정에서 인수예정자의 자금출처증빙 및 향후 사업계획에 대한 강도 높은 심사가 이뤄진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과의 지분 인수 추진 관련 복합적인 심사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외에도 △지배구조 안정성 △자금조달 투명성 △시장 경쟁 및 소비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현행 보험업법상 인수합병(M&A) 주체가 보험회사일 경우 여러 제약이 따른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법상 제106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출자지분 등의 총액이 자기자본의 60%를 초과할 수 없고, 단일 계열사에 대해서도 보유 주식의 장부가액이 총자산의 3%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교보생명의 총자산은 138조 7235억이고, 자기자본은 8조 3460억원으로 기록됐다. 이를 법규정에 맞게 환산하면 각각 4조 1618억원, 5조 76억원이다. 교보생명의 계열사 지분 보유 한도액은 4조 1618억원이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교보문고 등 총 17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지분 장부가액은 2조 7065억원이다. 여기에 SBI저축은행 인수 대금 9000억원을 합산하면 약 3조 6065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교보생명이 추가 인수에 나설 때 쓸 수 있는 자금은 5553억원에 불과하다.

즉, 교보생명은 추가 인수를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5000억원 남짓에 불과해 향후 손보사 인수에 나설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킥스비율에 대한 건전성 하락지표도 문제다. 교보생명의 지난 3월 말 지급여력비율(킥스, K-ICS)은 186.8%를 기록해 직전 분기 220.8% 대비 33.9%포인트(p) 급락했다. 같은 기간 생보사들의 평균 킥스 비율이 190.7%로 직전 분기 203.4%에서 12.7%p 하락했기에 교보생명의 하락폭은 비교적 큰 편이다. 

186.8%는 경과조치 적용 후 수치로, 경과조치 전 수치는 145.8%로 무려 41%p 격차를 보였다. 교보생명의 경과조치 전과 후 킥스 비율의 차이는 생보업계에서 가장 큰 격차다. 킥스 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아울러 지주사 설립의 밑작업으로 경영승계도 해결 과제다. 교보생명은 타 보험사에 비해 3세 승계 작업이 느린 편이어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SBI홀딩스는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9.05%를 주당 23만4000원(액면분할 이전 기준)에 매입했다. 이를 기준으로 신창재 회장의 지분가치를 산출하면 1조8720억원 수준이다.

올해 만 71세인 신 회장의 나이를 고려하면 경영 승계에 신경을 써야할 상황이다. 현재 장남인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와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실장이 현업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특히 장남 신중하 상무는 지난해 12월 AI활용·VOC(고객의소리)데이터 담당 겸 그룹경영전략담당 상무로 신규 선임되면서 경영 승계와 관련해 주목받기도 했다.

신중하 상무는 1981년생으로 현재 교보생명 최연소 임원이다.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투자은행(IB) 근무를 거쳐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입사했다.

신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2021년 교보DTS(옛 교보정보통신)에 입사해 디지털혁신 신사업팀장을 맡았고 2022년부터는 교보생명에서 그룹데이터전략팀장, 그룹경영전략담당을 역임했다.

차남 신중현 실장은 1983년생으로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교보생명의 전략적 파트너인 일본 금융지주회사 SBI금융그룹의 계열사 SBI손해보험, SBI스미신넷뱅크 등에서 일했다.

신중현 실장은 2020년 교보생명 계열사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디지털전략파트 매니저로 입사한 바 있으며, 2021년 디지털전략팀장을 거쳐 현재 디지털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장남 신중하 상무와 차남 신중현 실장 모두 실무 경험을 쌓으며 경영수업을 충실히 받고 있으나, 현재 교보생명 지분을 전혀 갖지 않고 있다는 점이 승계의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한편, 교보생명은 올해 9월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전환 인가를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12월까지 지주사 전환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적분할을 통해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나눠 금융지주회사를 신설하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는 분할 비율대로 신설 금융지주사의 신주를 교부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킥스제도 도입을 예고하면서 교보생명은 그룹의 유상증자 출현 형태로 자본비율을 맞출 계획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지주사는 유상증자를 결정해 신주를 발행하고 이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 받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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